권력을 쥔 순간, 뇌가 달라진다

롱블랙을 읽고 | 권력중독: 왜 좋은 사람도 권력을 잡으면 변할까

byBella

출처: 롱블랙 (2026.07.31) — 정지우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 (카르스텐 C. 셰르물리 『권력중독』 서평)


이 글은 누구를 향하고 있나

온라인 게임에서 팀을 이끄는 사람, 혹은 조만간 그렇게 될 사람. 더 넓게는 누군가에게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든 이. 권력이라는 단어가 자신과 거리 멀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사실 이 글이 가장 필요하다.

이 바카라의 핵심 주장은 간단하다. 권력은 나쁜 사람이 남용하는 게 아니라, 좋은 사람도 쥐는 순간 뇌가 달라져서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한 채 변해간다는 것. 그러니 "나는 괜찮다"는 확신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함정이다.

정지우 문화평론가는 이 바카라을 통해 권력이 일상 속 인간관계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해부한다. 회의에서 말을 끊는 상사, 후배에게 당연하다는 듯 부탁을 건네는 선배 — 그 행동 뒤의 구조를 보여준다.


가슴에 꽂히는 문장들

"권력이란 가치 있는 자원을 비대칭적으로 통제함으로써, 타인의 결과·경험·행동을 좌우할 가능성을 개인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 카르스텐 C. 셰르물리
"'권력' 자체가 도파민 보상 회로를 자극한다. 즉, 권력은 일종의 마약처럼 작용할 수 있으며, 동일한 뇌 영역과 생리 반응을 활성화시킨다."
"'나는 결코 권력에 취하지 않는다'라는 확신이, 타락하게 만드는 가장 위험한 함정이 될 수 있다."
"영향력을 기반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고, 조언을 건넨다. 이들은 이기적이거나 무례하거나 냉정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이 말을 믿어도 될까

저자 카르스텐 C. 셰르물리는 독일의 조직심리·리더십 전문가로, 권력의 심리적 작동 원리를 연구해온 학자다. 서평자 정지우는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로, AI가 법률 상담을 대체하는 현상을 직접 목격하는 당사자라는 점에서 현장감이 있다.

뇌과학 근거(도파민 보상 회로, 거울 뉴런 체계), 심리학 실험(대커 켈트너의 연구), 조직 사례를 함께 엮어 설득력을 더한다. 특히 "권력자의 뇌를 촬영하면 거울 뉴런 반응이 낮게 나타난다"는 대목은 생물학적 근거가 있는 주장이다.

다만 처방 부분이 "영향력으로 전환하라"는 개인 성찰에 많이 기대는 편이다. 뇌의 문제라면 의지만으로 막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들

회의에서 내가 얼마나 오래 말하는지 셀 것. 권력자일수록 대화를 독점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나에게 쓴소리하는 사람을 의도적으로 가까이 둘 것. 없다면 지금 만들 것.팀원이 나를 따를 때, 그것이 자발적 동기인지 보상과 처벌 때문인지 한 번쯤 의심할 것.조직에서 정보와 자원이 어디로 흐르는지 '권력 지도'를 그려볼 것. 한곳에 집중되어 있다면 경고 신호다.


균열이 생기는 지점

"좋은 리더가 되면 된다"는 해법은 낙관적이다. 바카라도 이를 인정하며 시스템을 강조하지만, 결국 개인의 성찰에 많이 기댄다. 권력중독이 뇌의 작동 원리라면, 의지만으로 막기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또한 "영향력으로 전환하라"는 조언은 아름답지만, 이미 권력에 취한 사람이 스스로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강제가 필요하다. 좋은 사람을 뽑는 것보다 권력을 나누는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 자체가 이 한계를 시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권력이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 카리스마 권력처럼 사람에게 의미와 자신감을 주는 힘도 있다. 권력 자체보다 '그 힘을 어디에 쓰느냐'가 핵심이라는 점은 바카라도 동의한다.


더 파고들고 싶다면

대커 켈트너 — TED 강연 'The Power Paradox'. 권력이 공감 능력을 어떻게 잠식하는지 15분 안에 압축해서 보여준다.로버트 카로의 『권력의 이동』 시리즈 — 린든 존슨의 정치 생애를 통해 권력이 인간을 어떻게 변모시키는지 전기 형식으로 추적한 역작.밀그램 복종 실험 — 평범한 사람이 권위에 얼마나 쉽게 굴복하는지를 보여주는 1960년대 심리학 실험. 권력의 심리적 기반을 이해하는 데 필수.


비슷한 사례들

스티브 잡스: 초기 애플 시절의 카리스마 권력이 말기엔 독재적 통제로 변모했다는 평가. 같은 사람이 권력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 사례.한국 대기업 갑질 사건들: 처벌 권력이 일상화될 때 발생하는 공감 능력 붕괴의 전형. 뇌과학으로 설명하면 거울 뉴런 반응이 사라진 상태.정치권의 3선·4선 의원 현상: 임기가 길어질수록 쓴소리를 듣는 구조가 사라지고, 자기 확신이 높아지는 패턴.


낯선 단어 해설

거울 뉴런: 타인의 행동이나 감정을 볼 때 자신도 비슷하게 반응하는 신경세포. 공감의 생물학적 기반. 권력자일수록 이 반응이 약해진다.외재적 보상의 타락 효과: 원래 좋아서 하던 행동에 외부 보상이 붙으면, 내적 동기가 줄어드는 심리 현상. 보상으로 움직이는 조직의 함정.코르티솔: 스트레스 호르몬. 권력이 없어 통제감을 잃은 사람의 몸에서 분비량이 늘어나며, 장기적으로 면역력 저하와 수면 장애를 일으킨다.카리스마 권력: 선천적 매력이 아닌, 비전 제시와 의미 부여 등 구체적 행동으로 쌓이는 영향력. 저자는 이를 '관계 안에서 만들어지는 기술'이라 부른다.


독자들의 반응

"팀장이 된 뒤 달라진 걸 알았는데, 이게 뇌의 문제였을 줄이야. 내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니 오히려 충격이다.""회의에서 가장 오래 말하는 사람이 나였다는 걸 이 글 읽고 처음 알았다.""'나는 권력에 취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가장 위험한 함정'이라는 문장이 제일 무서웠다. 나한테 하는 말 같아서.""AI가 전문성 권력을 민주화한다는 분석이 인상적. 앞으로의 권력은 AI를 얼마나 잘 협업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도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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