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작 하나 없이 "나는 작가가 될 사람"이라 믿는 사람들
"저 일러스트레이터 될 거예요"라고 프로필에 써놨는데, 그린 거라곤 머리 스케치 몇 개뿐인 사람. "웹소설 작가가 꿈입니다" 하면서 연재작을 3화쯤에서 멈춘 지 2년째인 사람. 의대는커녕 간호대 문턱도 못 갈 성적으로 3수, 4수째 수능에 매달리는 사람. 몇 년째 합격선 근처도 못 갔으면서 여전히 "저 공무원 될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는 사람.
얼마 전 어느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 하나가 1만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습니다.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사람은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 중독될 수 있다.
본인도 자기 실력이 프로가 되기엔 한참 부족하다는 걸 이미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도전하지 않는(못하는) 이유는, 도전해서 "너는 안 돼"라는 평가를 받는 순간 가능성이 영원히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반면 도전하지 않는다면 아직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는 핑계 속에서 나는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영원히 남을 수 있습니다. 댓글은 이걸 "정신적 유아 상태"라고 불렀습니다. 상처받기 싫어서 도전을 회피하는 것이고, 냉철한 조언 없이 감성팔이·힐링팔이·시크릿팔이만 해댄 슬롯가 만든 병일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죽을 각오로 노력해야 빠져나올 수 있다.
이 댓글, 소름 돋게 정확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위험한 말이다
노력해서 망하느니, 안 하고 모르는 게 낫다
1970~80년대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마틴 코빙턴은 오랫동안 학생들을 관찰하며 이상한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시험 전날 갑자기 게임을 몰아서 하거나, 밤새 놀고 시험장에 들어가는 학생들... 게을러서 그런 걸까? 생각하던 코빙턴의 결론은 "그들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있었다"였습니다.
사람들은 노력하고도 실패했을 때 느끼는 굴욕보다, 노력하지 않아서 느끼는 죄바카라감을 훨씬 편하게 여긴다.
죄바카라감은 견딜 수 있지만 굴욕은 견디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뇌는 조용히 계산기를 두드려 '노력 안 하기'를 선택합니다. 이게 바로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마음의 정체이며 게으름이 아니라, 일종의 생존 전략입니다.
SNS에 "나 이거 할 거야"라고 선언하는 순간, 뇌는 이미 끝났다고 착각한다
심리학자 페터 골비처는 "장래희망을 남에게 말하면 오히려 이루기 어려워진다"는 좀 반직관적인 연구를 내놨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미래의 정체성과 관련된 계획(나는 법조인이 될 거야, 그래서 법률 저널을 꾸준히 읽을 거야)을 세우게 한 뒤, 절반은 그 계획을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게 하고 절반은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게 했습니다.
결과는? 계획을 남에게 말한 사람들이 오히려 그 일을 덜 실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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