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플스쿨
어떤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낡지 않는다.
오히려 오래될수록 선명해진다.
타는 냄새.
잿빛 하늘.
바람에 흩어지던 종이.
그리고 그날 처음 들었던 말.
“……작가.”
마봉 선생님은 알고 있었다.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하늘을 바라보던 선생님의 표정만은 기억한다.
전쟁에서 패했을 때도 보이지 않았던 두려움이었다.
그날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끝났다고 생각했던 것은 끝나지 않았고,
승자라고 생각했던 이들도 어쩌면 승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이기고 지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이 있다는 것을.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제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떠들고,
누군가는 수업 시간에 졸고,
누군가는 별것도 아닌 일로 다툰다.
평범하고 시끄러운 하루.
나는 그런 날들이 좋다.
그래서 가끔 꿈에서 깨어나면
가장 먼저 출석부를 펼친다.
하나.
둘.
셋.
……
열셋.
오늘도 모두 있다.
그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출석부를 덮는다.
내일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다음 날도.
가능하다면—
이 이야기가 끝나는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