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도어 0884 I 눕혀져 있는 것을 세워놓고 바라본다 온통 세상이 울렁거린다 세워져 있는 것을 눕혀놓고 바라본다 온통 천하가 잠잠해진다 길을 가다가 멈추어 온 길을 돌아본다 낯선 과거가 거기에 구겨져 놓여 있다 생존은 이곳의 공간을 비우고 저곳의 공간을 가지는 일 구멍 숭숭 난 곳을 시간으로 메운다 II 詩로 옷을 해 입는다 시옷 시옷은 사람이다 ㅅ=人 사람을 뒤집으면 와이다 Y-> WHY 물구나무를 서자 이내 궁금해진다 왜 말言은 절寺로 갔는가 III 잘한다는 말은 다양하게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모르겠단 말은 습관일 수도 있고 판단일 수도 있다 커다란 종이를 둥그렇게 말아 입에 대니 확성기다 손에 쥐니 몽둥이다 이마에 대니 챙 달린 모자다 얼굴에 가져가니 가면이다 물건을 싸니 보자기다 동그랗게 구겨서 던지니 공이다 통에 들어가자 쓰레기다 태우니 재 문지르니 먼지다 부니 연기다 종이가 이지경이 될 때까지 나는 무엇이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