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에코기능만 쓰느라 자신을 몰랐지요
에어컨의 선택메뉴 중에서 터보라는 버튼을 처음 눌러본다
늘 에코만으로도 에어컨으로부터의 수혜가 충분했는데 오늘은 찢어진 부채 같다
요란한 기기 소리와 함께 힘껏 용을 쓰며 찬공기를 뿌린다
조금 살 것 같다
몇 해 전만 해도 부채만 있어도 여름을 겪어내는데 어려움이 없었는데 내 몸이 허약해진 것인지 지구가 허약해진 것인지 전기의 힘을 빌지 않고서 계절 하나 감당하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이 되어간다
안이 시원하면 밖은 뜨거워진다
문을 잠시 열어보니 아까보다 후끈한 공기가 실외기 팬소리와 함께 덮친다
살기 위해 나도 모르게 죄를 짓는 것이 이것 뿐이랴
터보는 본디 자동차에서 압력을 높이는 엔진의 보조 장치인 터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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