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에는 떨어지는 것에 대해 몰두한다
바닥에 닿자마자 비명을 지르고 흩어지는 빗방울
비가 아니었으면 이토록 추락이 낭만적이었을까
중력이 힘껏 거드는 일 중에서 가장 사색적이다
이도 지속되니 추락의 본성이 도드라진다
세상을 이만큼 적시고도 후련해하지 못하고 있다
하천을 도로 안으로 토해내고 산을 베어 문다
아무리 떠올려도 작정 없이 떨어지는 것이 없다
그 억센 각오를 듣고자 비 닿는 창에 귀를 댄다
너에게 가는 방법이
수직 낙하 뿐이더라
소중한 짓은 거슬러 되돌아갈 궁리를 못한다
매번 전부를 무참히 중력에 바치고 기다린다
그것이 비일지라도 높이를 더듬어 언어를 조합한다
빗소리는 비가 시를 짓는 환희의 비명일지도 몰라
올 장마에도 만연체로 격렬하게 축제를 벌이며
지붕을 뚫고
우산을 뚫고
가슴을 뚫고
기어이 축축한 원고지 뭉치를 안기고 떠날 것이다
비에 씻긴 새들이 행간마다 웅크리고 앉아 울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