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아닌 나무가 있을까
고아가 된 나무들
어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본디 있던 곳으로부터 버려진 나무들이 무리지어 산다
도시개발이나 도로확충으로 설 곳을 잃은 나무들이 상처를 안은 채 내몰린 곳
나는 이곳을 나무 고아원이라는 공식이름보다
나무 유치원이라고 부른다
나무들이 자유로이 노니는 곳
나무들이 서로의 언어를 주고받는 곳
나무끼리 서로 나무라지 않는 곳
새들의 엄호를 받으며 나무들이 제자리 행진하는 곳
나무는 본디 슬프지 않는 고아이고 잎으로 나는 새
그 나무들 사이에서 나무들의 우렁찬 삼림욕을 배부르게 듣고나면 행복한 욕쟁이가 된다
오솔길은 나무가 가로등이 되는 놀이
나무둥치 뒤쪽 어딘가에 안내하는 스위치가 숨어있다
걷는 그 길 무심하지 않게 잎으로 융단을 깔고
조명으로 사계절 잎사귀의 빛과 양을 조절한다
나무야
나무야
뭐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