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Prologue 모두가 괜찮다고 하는데..

한 사람만 아프다고 했다

by김영학 코치

짧은 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가, 어느 순간 그 성장세가 눈에 띄게 완만해진 가상의 플랫폼 회사 '이어'를 김코치가 코칭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회사에서, 왜 어떤 문제는 문제로 불리지조차 못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발견하고 정의하고 해결해 가는지를 총 12편의 에피소드에 담아 정리해 봤습니다.





모르는 번호였다

마감이 걸린 자료를 붙들고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참이었다. 진동이 세 번쯤 울리도록 두었다가 받았다.

"여보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잠깐의 뜸이 있었다.
"지인에게 김코치님 전화번호를 받았어요. 혹시 통화 괜찮으실까요?"

"네, 괜찮습니다."

"제가 상의드리고 싶은 게 좀 있어서요. 어떻게 연락드리는 게 맞나 한참 고민하다가 전화드렸습니다."

"네, 어떤 일 때문에 그러실까요?"


또 한 번, 이번엔 조금 더 길게 말이 없었다.

"회사 일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데. 혼자서는 정리가 잘 안 돼서요.”

아 그러시면 직접 얼굴 뵙고 이야기 나누시죠. 전화로 할 이야기는 아닌 거 같은데요."

그 말을 하고 키보드에 올려뒀던 손을 수첩으로 옮겨갔다.

"그러시죠. 언제가 편하십니까."




며칠 뒤, 사무실

약속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듯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에는 흐트러진 데가 없었다. 옷차림도, 표정도, 자리에 앉는 자세도 단정했다. 나는 내 소개를 먼저 했다. 누군가로부터 소개를 받았다고 해도 그 사람이 나를 정확히 알 리 없었으니까.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이런 자리에서 보통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짧게 설명했다. 그 사람은 자신의 명함을 건네면서 이름과 회사, 맡은 일을 차분히 말했다.


누구의 소개로 왔는지는 묻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정보가 이 사람과의 대화에 오히려 편견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해서 말씀드리려고 몇 가지 적어 왔는데."

그러면서 접어 온 종이를 폈다. 최근 몇 달 사이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이 날짜별로 적혀 있었다. 그는 그것을 하나씩 읽어 내려갔다. 목소리는 끝까지 차분했다.


그러다 한 대목에서 잠깐 멈췄다.

"이건… 제 팀 얘기인데요."
종이를 쥔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다들 좋은 사람들이거든요. 열심히 하고요. 그런데 요즘 하나둘 지쳐 가는 게 보입니다. 저도 그렇고요."
그는 종이를 다시 접었다.

"사실 오늘은, 제가 그만두는 게 맞는지 여쭤보려고 왔습니다. 이런 회사에 더 있는 게 의미가 있나 싶어서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는 말씀하시는 내용과 말투, 표정에서 좀 다른 부분도 있는 거 같은데요.”

말을 고르는 듯 잠시 뜸을 들였다.

"맞아요. 막상 적어 놓고 말씀드리다 보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닌 것 같네요."

"그럼 추가로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요?"

"그냥… 회사가 좀 나아지면 안 되나. 그 생각이 자꾸 듭니다. 분명 나아지고는 있는데, 정확히는 뭐가 나아지고 있는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고 할까요."




이상한 건, 회사는 멀쩡해 보였다

그가 다녀간 뒤, ‘이어’라는 회사를 드러난 자료들을 통해 살펴봤다.

성장한 회사였다. 몇 해 전 짧은 기간에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그 이름을 아는 사람도 많았다. 지금도 수치는 나쁘지 않았다. 매출은 여전히 오르고 있었고, 지표 어디에도 빨간불은 없었다. 굳이 찾자면, 몇 해 전만큼 성장세가 가파르지 않다는 것 정도였다.


회사 안에서 이걸 문제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성장이 멈춘 게 아니라 잠깐 숨을 고르는 중이고, 이 정도 규모가 되면 속도는 원래 느려지는 법이라고. 다들 그렇게 알고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 회사에서 회사의 어떤 부분이 아프다고 말한 사람은, 나를 찾아온 그 한 사람뿐이었다.




이 시리즈는 진단서가 아니라, 관찰의 기록이다

나는 아직 '이어'의 문제가 무엇인지 모른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지금도 모른다.

내가 가진 건 한 사람이 정성 들여 적어 온 종이 한 장 속 내용과 "회사가 전보다 나아지면 안 되나"라는 의지가 담긴 말뿐이다. 그가 원인을 알고 온 것도 아니었다. 그는 회사 생활에서 고통을 느끼고 있었고, 그 아픔이 어디서 오는지는 그도 나도 몰랐다. 다만, 그 고통을 계속 느끼기는 힘들다고 판단해서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가에 대해 상의하러 온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뭔가 후퇴하는 느낌 같아서 아직 회사 안에서 해볼 수 있는 것을 찾아 해봐야 한다는 마음도 함께 갖고 있었다. 이른바 내적 갈등.


이 시리즈는 "이어는 이런 회사였고, 이렇게 하면 됐다"라고 말하려고 쓰는 게 아니다.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해, 멀쩡해 보이는 회사 안에서 왜 한 사람만 아팠는지를 옆에서 따라가며 알아낸 기록에 가깝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를 발견, 확인, 정의하고, 이를 토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담아낼 계획이다.


독자들은 읽다 보면 익숙한 장면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여전히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회사, 아무도 문제라고 부르지 않는 정체, 그리고 그 안에서 혼자 이상하다고 느끼는 누군가. 어쩌면 그 누군가가 당신일 수도 있다.




이 글의 핵심

이어는 짧은 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뒤, 성장세가 눈에 띄게 꺾였다. 그러나 회사 안에서 이 정체를 '문제'로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참고로 가장 위험한 위기는 위기처럼 보이지 않는다. 수치가 아직 나쁘지 않을 때, 경보는 울리지 않는다.

이때 유일한 경보는 한 사람의 통증이었다. 그마저도 회사에서 바카라임 있는 자리에 있는 이가 아니라, 중간 이상급에 있는 이가 느낀 내적 갈등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남기고 싶은 질문

당신의 회사에서 지금 가장 불편해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혹시 나는 아닐까.

그리고 회사는 그 불편함을 '개인의 문제'로 넘기고 있는가, 아니면 '신호'로 듣고 전에 하지 않던 어떤 조치를 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다음 이야기

한 사람의 전화에서 시작했지만, 그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가 몸담은 회사를 알아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이어'가 어떤 회사인지, 무엇으로 그렇게 빨리 컸고,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지 그 구조부터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이어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컸고, 왜 갑자기 멈췄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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