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를 위한다는 착각에 대하여
UX를 오래 하다 보면 꼭 한 번은 받게 되는 질문이 있다. 가장 잘 된 사용자 경험이 뭐냐고. 모범 케이스를 하나만 꼽아달라고. 처음엔 진지하게 고민했다. 지금은 그 질문 자체를 먼저 들여다보게 된다.
올림픽을 생각해 보자. 종목마다 금은동이 있고, 그 안에서 치열한 순위가 매겨진다. 그런데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어떨까. 올림픽 종목 중 최고의 스포츠는 무엇인가요? 관중 수나 시청률로 기준을 세울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종목의 가치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질문 자체가 애초에 답을 가질 수 없는 구조다.
가장 잘 된 사용자 경험을 묻는 질문도 같은 구조를 품고 있다.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질문이고, 나도 학창 시절에 궁금했던 대목이다. 하지만 UX는 맥락 없이 우열을 가릴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사용자가 다르고, 상황이 다르고, 목적이 다르다. 최고를 묻는 순간, 이미 그 질문은 순위 매기기의 세계관 안으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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