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퍼에겐 비밀이 있다

by원정미

캠핑카 여행을 가기로 결정한 뒤 남편과 나의 비밀 대화가 많아졌다. 아이들에겐 한동안 비밀로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나는 남편에게 아이들이 분명히 싫어할 거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씩 웃으며 아이들이 거절 못할 방법이 있다고 했다.


"여행 갈 때 새끼 강아지도 데려갈 거야. 그럼 분명히 아이들도 따라갈 거야."

"뭐라고? 강아지까지 데리고 간다고?"

"응. 애들한테도 좋고 캠핑카도 지키고 좋잖아."


황당하기도 했지만 기막힌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안그래도 아이들이 몇 년 전부터 강아지 타령을 했다. 하지만 어렸을 때 부터 강아지를 오래 키워본 경력자로서 나는 아직 우리 가족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 머릿속에 '강아지'가 맴돌았다. 인터넷을 열어 ‘강아지와 캠핑카 여행가기’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공통적인 말이 있었다. 어린 강아지보다 1년 정도 훈련이 된 성견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좋다는 것. 여행 중엔 집을 오래 비울 때가 많고 훈련을 규칙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완전히 동의했다.


"자기야, 새끼 강아지를 1~2년 미리 예방접종도 하고 훈련도 시켜서 데리고 다녀야 한대."


남편도 동의했다. 그날부터 나는 강아지 분양 사이트를 찾기 시작했다. 남편이 원하는 품종을 찾았고 우리는 새크라멘토로 향했다. 그때까지 아이들은 아무것도 몰랐다. 그냥 오매불망 바라던 강아지를 산다는 사실에만 흥분해 있었다.


둘째와 막내를 데리고 쿠퍼를 받으러 간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갈색 웨이브가 들어간 골든 두들 종의 쿠퍼를 보는 순간 모두들 반해버렸다.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고 바로 쿠퍼와 사랑에 빠졌다. 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온 가족이 쿠퍼를 사이에 두고 둘러앉아 쿠퍼만 쳐다봤다.정말 불멍하듯이 모두 쿠퍼만 바라보았다.


그렇게 쿠퍼를 데려와 대소변 훈련, 슬롯성 훈련을 계속했다. 남편이 부르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달려오게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 쿠퍼도 무럭무럭 자랐다. 쿠퍼가 성견이 되었을 때쯤, 정말 우리도 여행을 떠나야 하는 시간이 가까워오고 있었다. 쿠퍼가 캠핑카 여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는 것을, 아이들은 나중에서야 알았다. 쿠퍼가 오고 거의 2년이 지나서야 여행을 떠났으니, 그렇게 오랫동안 비밀로 했다는 것에, 그리고 쿠퍼를 여행의 미끼로 썼다는 것에 아이들은 황당해했다.

하지만 하나같이 말했다.


"쿠퍼 없었으면 진짜 여행 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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