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에 도착한 펜실베이니아는 유난히 푸르고 싱그러웠다. 자연이 아름다운 곳을 꽤나 많이 보면서 왔는데, 이곳의 나무와 들판은 특별히 더 푸릇푸릇했다. 처음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며칠 동안 캠핑장에서 지내면서 알게 됐다. 바로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 덕분이었다.
우리 가족은 캘리포니아에서 오래 살았다. 캘리포니아에서 비는 겨울에만 볼 수 있었다. 그것도 4~5개월 정도. 그래서 캘리포니아의 여름은 무척 건조해서 대부분 들판은 금빛이고 대신 겨울에 푸르러진다. 그 외에 비가 오는 건 무척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때문에 겨울을 빼곤 우산을 챙기는 일도 거의 없었다. 날씨를 확인하는 이유는 얼마나 덥거나 추울지 정도를 보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동부로 이동하면서 날씨가 캘리포니아와는 사뭇 다르다는 걸 알았다. 분명 어제 확인할 때는 비가 오지 않았는데 아침에 보면 바뀌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스케줄도 날씨의 제약을 많이 받았다.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 올해는 독립 250주년이라 더 큰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덕분에 캠핑장은 목요일 밤부터 하나둘씩 사이트가 차기 시작했다.
전날부터 남편은 각종 야채를 갈고 체에 거르는 등 심혈을 기울여 돼지갈비 양념을 재워두었다. 숯불에 구워 맛있게 먹기로 했다. 날씨가 생각보다 너무 더워 남편은 혼자 밖에서 고기 굽느라 고군분투했다. 고기가 거의 다 익어가는 동안 캠핑카 안에서 나는 밥과 샐러드, 미소된장국을 준비했다. 불냄새를 입힌 돼지갈비 앞에서 다른 반찬은 필요 없었다.
남편이 마지막 고기를 들고 들어오는 순간, 우두둑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소나기가 쏟아졌다. 갑자기 어릴 때 한국에서 보내던 여름이 떠올랐다. 장마철 창문을 두드리던 빗소리, 금세 물웅덩이가 생기던 골목길.
"우와, 타이밍 대박이야. 고기 다 굽고 나니 비가 오네."
한여름의 소나기가 아직은 어색하기만 했지만 상관없었다. 우린 안전한 캠핑카 안에 있었고, 우리 앞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고기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