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름으로 활동합니다!

토끼의 부캐가 생기다?!

by토끼 태이린


김훈, 은희경, 구병모, 한강, 장류진, 천선란 …

이상하게도 유명 작가들의 이름엔 뭔가 대작나무 타는 기운이 있다. 게다가 동명이인 따위는 없을 것 같은 아이덴티티가 박힌 그런 이름 같다. 그게 본명일 때도 있고 예명일 때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처음에는 포부 넘치게 나의 본명을 이만 까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앞으로 굴러도 뒤로 굴러도 내 이름은 영 작가 이름처럼 들리지가 않았다. 기록으로 남아 널리 널리 남겨질 작가명인데 이대로 괜찮은가, 싶었지만 딱히 떠오르는 예명도 없을뿐더러 철학관 가서 짓자니 그 또한 애매했다.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자꾸만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한 듯 걸렸다. 게다가 내 이름이 안 흔한 듯 엄청 흔해서 우리 조직에서 성까지 포함한 동명이인이 30명은 넘는다. 내가 본청에서 근무했을 땐 동명이인이 3명이라 가끔 다른 사람 건인데 나에게 전화를 걸어 묻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아니면 인사 발령이 났을 때, 다른 사람이 전보 가는 건데 나인줄 알고 내게 연락이 오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너 이번에 ㅇㅇ기관 갔어?,라고.

더불어서 최근에 타 출판사에서 신간 홍보차 나온 바카라중에 내 이름과 똑같은 이름으로 출간한 분이 계셨다. 그분도 소설 같았다. 이래선 뭔가 안 되겠다 싶었다.


그럴싸한, 예명이 필요해!


온라인카지노에서는 토끼로 브랜딩을 해왔다. 성도 이름도 모조리 가리고자 김토끼로 살아왔다. 하지만 소설바카라을 내는데 작가명이 김토끼라면 사람들이 의아해하지 않을까. 뭐지? 이거 장난인가?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단순 개그물에 그칠 것만 같았다. 3글자 이름인 것 같지만 뭔가 독특한 무언가가 있어서 동명이인이라곤 절대 없을 그런 이름이 없을까.

그런 와중에 내겐 한 가지 단서가 있었다. 우연히 지인 작가님의 소개로 신점을 보러 다녀왔는데 그분이 필명을 지을 거라면 ㅇㅎㄴㄷㄹㅌ로 시작하는 이름이면 좋을 거라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내 온라인카지노 필명도 《회》색토끼이니, ㅎ으로 시작하는 이름이긴 하다.)


그날부터 나는 ㅇㅎㄴㄷㄹㅌ의 감옥에 갇혔다. 뭔가 없느냔 말인가. 머리를 싸매고 고뇌하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내 옛날 습작 폴더를 뒤적이게 되었다. 아주 태초에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때부터 모아 오던 폴더였다. 마지막 저장일자로 무려 2005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응……? 아이린… 애들러?”


13살 때 내가 쓰던 필명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때 한창 《셜록 홈스》를 열심히 읽던 때여서 그랬는지 저 이름에 꽂혀 여기저기 사용하고 다녔던 게 기억이 났다. 애들러라는 성까지 합치니 너무 길어져 나중에는 아이린으로 줄어들고, 아씨 성의 이린이라고 불리고 다녔다. 이참에 옛 생각이 나 다음 카페에도 들어가 봤다. 《이린이어린이》라고, 그런 닉네임을 달고 참 오랫동안 글을 썼다. 거의 2010년까지. 2011년엔 드디어 소설 다운 소설을 좀 써보려고 하는 시도가 보였고 그때 필명은 《용감한홍차》였다. 왜 하필 홍차주제에 용감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 난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그래! 이거야! 이린이! 이거 뭔가 흔하지도 않으면서 예쁜 이름인데?!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하나의 관문, 성을 뭘로 할 것인가. 아직 ㅇㅎ ㄴㄷㄹㅌ감옥은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이대로 이린도 좋지만 3글자로 하고 싶었다. 그때, 내 머릿속을 스치고 간 두 가지 생각.

첫째, 요새 내 마음속에 들어온 남자 캐릭터 이름이 태하였던 것,

둘째, 대작가가 되라는 의미가 들어가면 좋겠다는 것.

이걸 충족하는 글자… 클 태(泰)

태이린! 이라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갑자기 마음이 찌릿했다. 그래, 이거야, 이거야.

흔하지 않으면서도 예쁜 느낌이야.


하여, 여전히 낮에는 즌하를 보살피는 김토끼로 살지만 밤에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글을 쓰는 태이린으로 살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작가 태이린으로서 새롭게 인사드립니다.

저를 이미 아시는 분들이라면 절 그저 토끼라고 부르셔도 좋습니다. 작가로서 새로이 절 부르신다면 태이린이라고 불러주세요.

(태작가도 좋습니다!)

그리하여, 호는 토끼요, 이름은 태이린으로서 이름을 바꿔 활동하고자 합니다.

새로 출간하는 소설도 예명으로 출간하기로 최종결정하였으나 온라인카지노 마을에서 혼동 없도록 앞에 토끼는 남겨두었습니다.

많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