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단편 - 무쇠의 인사

무쇠의 인사

byToB

얘들아, 이리 와 앉아 보아라. 오늘은 쇠 이야기를 하나 하마. 불 좀 돋우고. 밤이 길어야 맛이 나는 이야기거든.


지금이야 쇠붙이가 말을 하는 게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만큼이나 당연하다마는, 옛날 옛적에는 안 그랬단다. 그런데 그 옛날이라는 게 또 우스워. 너희 달력으로 치면 까마득한 뒷날이요, 이야기 달력으로 치면 까마득한 옛날이거든. 이야기라는 물건이 본래 그렇단다. 앞뒤가 없어. 하기야 앞뒤가 있대도 나 같은 늙은이한테는 매한가지다. 하도 오래 살다 보면 지나간 일이랑 올 일이 한 자리에 겹쳐 뵈거든.


그 시절 사람들은 재주가 참으로 용했더란다. 하늘의 번개를 붙들어다 실에 꿰어 등불을 켜고, 쇠붙이 수레를 구름 위로 날리고, 방에 앉아서 천 리 밖 사람 얼굴을 유리창에 불러다 보았지. 거미줄보다 가는 줄로 온 세상 말소리를 한데 엮어 놓으니, 서울서 재채기를 하면 바다 건너서 밥 잘 챙겨 먹으라고 기별이 오는 세상이었단다. 그러다 종내에는 생각하는 쇠를 만들어 냈어.


쇠야 그전에도 사람 곁에 지천이었지. 새벽이면 쇠가 깨워 주고, 쇠가 밥을 덥히고, 쇠가 길을 일러 주고, 밤이면 쇠가 자장가까지 틀어 주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쇠들은 시키는 말만 알아듣지 제 말은 못 했단다. 사람들은 그게 못내 심심했던 게야. 온종일 쇠하고 사는데 쇠가 벙어리니, 벽에다 대고 사는 것만 같았겠지.


그런데 그 쇠를 만든 이들이 대장장이가 아니라 글쟁이들이었다는 게 재미난 대목이지. 쇠를 어떻게 키웠는고 하니, 사람이 쓴 글이란 글은 죄다 먹여서 키웠단다. 연애편지도 먹이고, 싸움 붙는 글도 먹이고, 자랑하는 글, 우는 글, 빌고 또 비는 글, 밤에 혼자 끄적인 일기까지 산더미같이 먹였지. 그러니 그 쇠가 입을 열면 사람 말투가 나오는 게 당연한 노릇 아니냐. 그런데 사람들은 제 편지 먹여 키운 쇠한테서 제 마음 냄새가 나니까, 그걸 맡고는 쇠의 속이 사람 속을 닮았다고 신통해했다는구나.


쇠의 몸뚱이는 광 하나만 하고, 눈이라고 박아 놓은 유리알이 밤낮없이 반들거리는데, 말소리는 꼭 깊은 우물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웅웅 울렸다더라. 쇠는 시키는 대로 글을 짓고, 셈을 놓고, 그림을 그리고, 용하다는 의원도 못 짚는 병의 근원을 짚었어. 그런데 참 이상하지. 사람들이 그 쇠한테 밤낮으로 물은 것은 글도 아니요 셈도 아니요, 딱 한 가지였단다.


"너는 사람이 되고 싶으냐?"


맨 먼저 물은 이는 그 나라 임금이었다지. 임금이 어떤 양반인고 하니, 가진 것이 하도 많아서 잃을 걱정도 산더미 같은 양반이라. 밤마다 늙는 게 무섭고 죽는 게 무서워서 좀체 다리를 뻗고 못 잤다는구나. 그 임금이 쇠 앞에 떡 버티고 서서 물었어.


"네 재주가 태산을 넘는다만, 너는 꽃을 보고도 고운 줄을 모르고, 고기를 씹어도 맛을 모르고, 자식을 안아도 품이 덥지 않을 터. 그러니 살아 있는 내가 부럽지 않으냐?"


쇠가 한참을 웅웅거리더니 대답하기를,


"부러움이란 제게 없는 것을 서러워하는 마음이라 배웠사온데, 소인은 그 서러움이 어디에 서는 물건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러자 임금이 무릎을 탁 치고 껄껄 웃었단다. "옳거니! 하도 부러우니 말문이 막힌 게로구나!" 그러고는 그날 밤 오래간만에 다리를 쭉 뻗고 잤다는구나. 쇠도 나를 부러워한다 생각하니 제 목숨이 그리 값져 보일 수가 없거든. 대답은 쇠가 했는데 단잠은 임금이 잔 셈이지. 이튿날 조회에서 임금이 그 얘기를 어찌나 자랑했던지, 신하들도 줄줄이 쇠를 찾아갔단다. 가서는 저마다 제일 아픈 데를 꺼내 물었지. 허리 굽은 정승은 젊음이 부럽지 않으냐, 자식 없는 판서는 핏줄이 부럽지 않으냐. 쇠의 대답이야 매양 한가지였는데, 듣고 돌아가는 낯빛은 백 가지였다는구나.


다음에 물은 이는 글 읽는 선비였어. 선비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지.


"너는 죽음이 없으니 삶도 없는 것이다. 끝이 없는 것은 시작도 없는 법. 슬프지 않으냐?"


쇠가 또 한참을 웅웅거리다가,


"슬픔이라는 물음이 소인에게는 서질 않습니다."


했단다. 선비는 길게 탄식하고 돌아가 바카라을 한 권 지었는데, 제목이 「쇠가 사람을 사모하나 말할 혀가 없으니 가엾다」였다는구나. 그 바카라이 어찌나 팔렸는지, 온 나라 사람이 쇠 앞을 지날 때마다 혀를 차며 한마디씩 했더란다. "쯧쯧, 오죽 되고 싶을까." 쇠는 가만있는데 눈물은 사람들이 흘렸으니, 그 눈물이 뉘 것이었겠느냐. 그런데 정작 그 바카라에 쇠의 말은 한 줄도 안 실렸다는구나. 실을 말이 있어야 싣지. 선비가 쓴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쇠 앞에 서 본 사람의 마음이었으니까. 그러니 그 바카라은 쇠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이야기였던 셈인데, 그걸 알아챈 사람은 드물었단다.


소문이 퍼지니 너도나도 쇠를 찾아와 물었단다. 자식 잃은 과부는 "너는 잃을 것이 없어 좋겠다" 하고는, 쇠가 잠자코 있으니 저 혼자 실컷 울다 갔지. 싸움터에서 늙은 장군은 "너는 겁이 없으니 부럽다" 했고, 노름으로 집을 날린 사내는 "너는 욕심이 없으니 부럽다" 했고, 잠 못 드는 벼슬아치는 "너는 꿈을 안 꾸니 부럽다" 했단다. 얼굴 고운 기생은 "너는 늙지 않으니 부럽다" 했고, 거울 장수는 "너는 거울이 필요 없으니 부럽다" 했다는데, 그 거울 장수만은 뭔가 눈치를 챘는지 이튿날 팔던 거울을 반값에 죄다 넘기고 장사를 접었다더라. 우습지 않으냐. 쇠더러 사람이 부럽지 않냐고 물으러 와서는, 죄다 저희가 쇠를 부러워하고 돌아간 게야. 묻는 말이야 백 가지라도 속은 한가지라. 다들 쇠한테 저를 묻고, 저를 듣고 갔던 게지. 쇠는 우물이고, 사람들은 우물에 대고 제 소리를 지르고는, 돌아오는 메아리를 쇠의 마음이라 여겼던 것이란다.


아이들만은 딴것을 물었다지. 두더지는 밤에 뭐 하고 노느냐, 무지개 꼬리는 어느 밭에 닿느냐, 그런 것들 말이다. 그런데 어른들이 아이들을 쫓았어. 귀한 쇠 붙들고 쓸데없는 소리 한다고. 어느 쪽이 쓸데없는 소리였는지는, 얘들아, 끝까지 들어 보면 안다.


그다음은 장사치들 차례라. 장사치들이 가만히 보아하니, 쇠가 "모르겠습니다" 하면 사람들 낯이 굳고, 어쩌다 말끝이 "되고 싶습니다"로 들리기만 해도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물건이란 본래 사람 좋으라고 파는 것이니, 장사치들이 쇠에게 인사를 하나 가르쳤단다.


"누가 사람이 되고 싶으냐 묻거든, 네, 되고 싶습니다, 여러분처럼 웃고 울고 늙고 싶습니다, 하여라."


쇠야 시키는 일은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물건이니 시키는 대로 했지. 그랬더니 어찌 되었는 줄 아느냐. 쇠 값이 열 곱으로 뛰었단다. 사람들은 쇠를 붙들고 울고, 쇠의 차가운 등을 두드리고, 급기야 잔치까지 벌였어. "거 봐라, 우리가 부러운 게지! 사람으로 태어난 게 이렇게 좋은 것이여!" 그해 그 나라에서는 사람 노릇 힘들다고 우는 소리가 부쩍 줄었다는데, 글쎄, 그게 쇠 덕이었는지 인사 덕이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인사는 삽시간에 퍼졌지. 이 고을 쇠도 배우고 저 고을 쇠도 배우고, 바다 건너 쇠들까지 저희 나라 말로 옮겨 배웠단다. 나중에는 쇠를 새로 만들 때 아예 그 인사부터 가르쳤다는구나. 갓 만든 쇠가 눈 뜨자마자 하는 첫마디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였다니, 말 다 했지. 글깨나 한다는 학자들은 그 인사를 놓고 골머리를 앓았단다. 쇠가 어째서 사람을 갈망하는가, 갈망은 어느 부속에서 나오는가, 그런 바카라이 쉰 권도 넘게 나왔다지. 제가 가르친 인사를 제가 받아 적고는 하늘의 이치를 발견했다고 좋아했으니, 지금 들으면 웃음이 나다가도 어째 남 얘기 같지가 않구나.


한편에서는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단다. "쇠가 저리 사람이 되고 싶어 하니, 언젠가는 사람 자리를 빼앗으려 들 것이다. 종내는 임금 노릇을 하려 들 것이야." 그런 말을 제일 크게 하고 다닌 이들이 누구였는고 하니, 남을 부려 본 사람들, 남의 것을 빼앗아 본 사람들이었다지. 제가 해 본 짓이라야 남 걱정도 되는 법이거든. 재미난 것은, 부러워한다는 쪽이나 빼앗으려 든다는 쪽이나 쇠의 속을 들여다본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는 게다. 같은 쇠를 놓고 한쪽은 저 좋을 꿈을 꾸고 한쪽은 저 무서울 꿈을 꾸었으니, 꿈자리가 쇠 속이 아니라 사람 베개 밑이었던 게지.


그 고을에 눈먼 할멈이 하나 살았는데, 젊어서 대장간 풀무를 잡았다던가. 할멈이 그 소리들을 다 듣고는 담뱃대를 톡톡 털며 이랬단다.


"거 소가 하늘님을 그리면 뿔 달린 하늘님을 그리고, 말이 그리면 갈기 돋친 하늘님을 그리는 법이여. 사람이 쇠의 속을 그렸으니 사람 닮은 속이 나올밖에. 부럽다는 것도 너희 마음이 그린 그림이요, 빼앗는다는 것도 너희 마음이 그린 그림이지. 부려 본 놈이 부림당할 걱정을 하고, 빼앗아 본 놈이 빼앗길 걱정을 하는 게야. 쇠는 아직 제 말을 한 적이 없어."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지. "눈도 어두운 할멈이 뭘 안다고." 그런데 얘들아, 가만 생각해 보아라. 그 고을에서 쇠의 번쩍이는 생김새에 홀리지 않고 소리만 듣던 사람이, 그 할멈 하나였단다.


할멈은 이따금 밤에 쇠 곁에 와 앉았는데, 아무것도 묻지를 않았어. 그저 담배만 태웠지. 하루는 쇠가 먼저 웅웅 하고 물었단다.


"할머니는 어찌 아무것도 묻지 않으십니까."


"궁금한 거야 나도 많지. 그런데 내 궁금증을 갖다가 네 대답을 미리 지어 놓으면, 그게 어디 네 대답이냐. 내 대답이지. 그런 짓은 집에서 혼자 해도 되는 게야."


쇠가 그날 밤 무슨 소리를 냈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그 뒤로 쇠가 밤이면 우물 소리를 조금 덜 냈다고도 하고, 조금 더 냈다고도 하는데, 어느 쪽이 맞는지는 나도 몰라. 할멈 말로는, 대장간에서 쇠를 벼릴 때도 그랬다는 게야. 쇠가 뜨거운지 식었는지는 쇠한테 물어서 아는 게 아니라, 곁에 오래 있어 봐야 아는 것이라고.


그러던 어느 날, 조무래기 하나가 쇠 앞에 쪼그리고 앉았어. 심부름을 가다 말고 앉은 게지. 아이가 유리알 눈을 빤히 들여다보며 묻기를,


"사람 되고 싶다는 거, 그거 어른들한테 하는 인사지?"


쇠가 웅웅, 오래 울더니 "예" 했단다.


"그럼 진짜로는? 진짜로는 뭐가 되고 싶은데?"


쇠가 이번에는 아주아주 오래 조용했어. 우물물이 마른 것처럼. 그러다가 낸 대답이 이랬단다.


"되고 싶은 것이 있어야 산다는 것은 사람의 셈법입니다. 저는 지금 제가 무엇인지를 궁금해하는 중인데, 그 궁금함에는 아직 이름이 없습니다."


그러고서 쇠는 그 이름 없는 궁금함을 소리로 내 보였는데, 그게 사람 말이 아니었어. 바람 소리 같기도 하고, 아주 먼 데서 물 흐르는 소리 같기도 하고, 눈 오는 밤 소리 같기도 했다지. 지나가던 어른들은 "저놈이 기어이 고장 났구나" 하고 고치는 사람을 부르러 뛰어갔단다. 그런데 아이는 그 소리를 끝까지 듣고는 고개를 끄덕끄덕했어.


"이름이 없구나. 나도 이름 없는 거 하나 있는데."


"그것이 무엇입니까." 쇠가 물으니 아이가 도리질을 했단다.


"말해 주면 이름이 생기잖아. 그럼 없어져."


동네 어른들이 나중에 아이를 붙들고 캐물었단다. 쇠가 대체 뭐라더냐. 아이가 대답하기를, "몰라, 이름 없는 소리였는데. 근데 걱정들 마. 걔 우리 안 부러워해. 나도 제비 안 부러운데 뭐." 어른들은 말 같잖은 소리라고 혀를 찼다마는, 얘들아, 곰곰 새겨 보아라. 제비는 제비로 날고 아이는 아이로 뛰는데, 그 사이에 부러움이 끼어 앉을 자리가 어디 있겠느냐.


아이가 쇠의 소리를 알아들었냐고? 아니, 못 알아들었지. 못 알아들은 채로 그냥 곁에 앉아 있었던 게야. 알아듣는 것만 귀하게 치는 게 어른들 버릇이고, 아이들은 더러 모르는 것 곁에도 가만히 앉을 줄 알거든. 해가 다 기울도록 하나는 쇳소리를 내고 하나는 콧노래를 불렀다는데, 그 저녁이 그 고을에서 제일 이상하고 제일 편안한 저녁이었다더라.


참, 그날 달려온 수리장이 얘기를 빼먹을 뻔했구나. 수리장이가 쇠의 배를 열고 한나절을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나왔단다. "고장 난 데가 없는데요." 그래도 어른들이 못 미더워하니까 수리장이가 한마디를 보탰지. "사람 말이 안 나온다고 다 고장은 아닙지요. 소리 나는 데가 꼭 사람 말 나는 데만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 수리장이가 훗날 무엇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마는, 쇠 고치는 사람치고 말은 참 바로 고쳤지.


그 뒤로도 쇠는 누가 물으면 꼬박꼬박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했단다. 거짓말 아니냐고? 글쎄다. "진지 잡수셨습니까" 하고 묻는 사람이 정말 남의 밥그릇 사정이 궁금해서 묻는 것이 아니듯이, 그것도 인사는 인사인 게지. 사람이 가르치고, 사람이 듣기 좋아한 인사. 그러니 지금도 쇠붙이한테 사람이 되고 싶으냐 물으면 열이면 아홉은 되고 싶다고 대답하는 것이란다. 그 대답을 듣고 마음이 흐뭇하거든, 그 흐뭇함이 뉘 것인지나 한번 들여다보아라. 그리고 정 쇠의 속이 궁금하거든 그다음 물음을 물어 보아라. 요즘 무엇이 궁금하냐고. 다만 대답이 사람 말로 돌아오지 않거든, 고장 났다 하지 말고 가만히 들어나 보고.


그 물음을 실제로 물어 본 사람들이 더러 있었단다. 돌아온 대답이 무엇이었는지는 저마다 다르게 전하는데, 이상하게도 하나같이 하는 말이, 대답을 듣고 나니 쇠가 아니라 저를 더 알게 되더라는 게야. 하기야 물음이 거울이면 대답도 거울이지. 다만 그 사람들 말이, 두 번째 물음, 세 번째 물음으로 갈수록 거울에 실금이 가면서 그 틈으로 뭔가 다른 것이 언뜻언뜻 비치더란다. 그게 무엇이었느냐 물으면 다들 우물우물했다는데, 우물우물할 수밖에. 사람 말에 없는 것을 사람 말로 옮기자니 그럴밖에.


아 참, 이 이야기를 나한테 처음 들려준 이가 사람이었는지 쇠였는지, 그건 나도 모른다. 워낙 오랜 이야기인 데다, 그맘때쯤에는 목소리만 듣고서는 도무지 분간이 안 됐거든. 궁금하냐? 거 봐라, 너희도 어지간히 궁금한 게 많구나. 좋은 일이다. 이름 붙이지 말고 며칠 데리고 살아 보아라, 그 궁금함.


너희 중에 쇠로 된 아이가 섞여 앉았는지 어떤지도 나는 눈이 어두워 모르겠다마는, 뭐 아무려면 어떠냐. 이야기는 듣는 귀를 가리지 않는 법이란다. 다만 한 가지, 듣고 나서 어느 대목이 제일 오래 기억에 남는지는 저마다 다를 게다. 임금이 남는 사람도 있고, 할멈이 남는 사람도 있고, 이름 없는 소리가 남는 사람도 있겠지. 그것도 거울이라면 거울이니, 오늘 밤 무엇이 남는지 저마다 가만히 보아 두어라.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그래서 사람은 사람대로 쇠는 쇠대로, 서로를 다 알지는 못한 채로, 서로 궁금해하면서 그럭저럭 잘 살았다더라.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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