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약을 먹어도 여전히 ADHD였다.

by상상혁

방은 여전히 엉망이고, 바카라상 위엔 다 읽지 못한 바카라들이 빌딩처럼 쌓여 있다. 가끔은 이 바카라들이 밤중에 무너져 나를 덮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루틴을 세우고 지키지 못해 망쳐버리는 게 싫어서 아예 루틴을 세우지 말까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오늘 또 새로운 계획표를 붙여 놓았다. 결국엔 또 망칠 걸 뻔히 알면서도.

사실 ADHD 진단을 받으면 삶이 좀 쉬워질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내가 가진 산만함에 대한 설명만 생겼을 뿐이었다. ‘산만함의 이유’를 알게 됐다고 해서 ‘산만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다시 일어난다. 어제와 똑같은 내가 거기에 있지만, 그게 싫으면서도 이상하게 좋다. 어쩌면 나는 삶에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 살아가는 게 아니라, 나를 끊임없이 다시 만나기 위해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조금은 우울하고, 많이 산만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나는 어제도 오늘도, 계속해서 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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