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맞추는 교육과 답을 찾는 교육

by윤여경

[우리 시대 교육을 말한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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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맞추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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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육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한다. 답맞추기와 답찾기다. 이 두가지를 잘 섞어야 균형있는 태도를 가질 수 있다. 이를 디자인에서 적절성과 다양성으로 구분한다. 과거 디자인 분야에서 나오는 바카라들 대부분의 결론이 적절하게 디자인하라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도널드 노먼 선생님이 적절성을 강조했는데, 나도 처음에는 크게 공감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적절성은 디자인의 본질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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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적절성은 디자인과 정반대 지점에 있는 키워드일 수도 있다. 왜냐면 과학이 진정한 적절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도널드 노먼은 본래 신경과학자가 아닌가. 어쩌면 그 분은 디자인을 과학분야의 일부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과거 진화학의 윌슨이 모든 학문은 진화생물학과 같은 과학 아래에 통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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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과학은 왜 위대할까? 과학은 모든 자연현상의 공통점을 찾아 보편적 진실을 밝히는 학문이다. 예외가 생기면 그것을 포함해 새로운 진실을 찾는다. 이를 무한 반복하면 결국 과학은 진실에 가까워진다. 이런 믿음을 갖고 이 세상의 수많은 과학자들이 각자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앞선 문장들에서 강조한 공통점, 보편적, 믿음, 진실이라는 표현은 바로 적절성에 부합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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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과학이 위대한 이유는 모두가 공유하는 적절한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수학과 실험이다. 과학자들은 수학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각기 창의적 가설과 실험적 검증을 반복한다. 데카르트가 해석기하학이라는 과학적 수학을 정리했다면 영국의 대법관 프랜시스 베이컨은 실험과학 기법을 발명했다. 이후 과학 분야는 20세기 가설적 추론을 더해, 적절한 답을 찾는 최선의 순환고리를 완성했다. 과학자는 관찰을 통해 가설을 세우고, 수학에 기반한 이론과학과 실험에 기반한 실습과학으로 교차 검증을 한다. 그렇게 더욱 더 적절한 진실에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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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과학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수학이다. 수학은 정말 인류가 발명한 최선의 인공언어다. 수학은 인류가 아니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 중 하나인 대칭에 기반한다. 대칭이라는 강력한 믿음이 있기에 우리는 수학을 최고의 학문적 수단으로 삼을 수 있었다. 수학의 원리는 간략하게 설명하면, 가령 A=B라는 것이 있다고 하자. A와 B는 서로 다른데 이 둘이 '='이라는 기호를 통해 대칭을 이룬다. A가 B로 전환되거나 치환되기 위해서는 중간에 연산과정이 필요하다. A = ( ) = B 여기에서 괄호가 바로 연산과정이다. 그리고 수학은 이 연산을 가능하게하는 수많은 기호와 방법적 원리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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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와 과학자들은 수학의 기호와 원리를 먼저 배운다. 그리고 자신들의 생각을 간략한 수학적 인공언어로 표현한다. 연산이라는 과정을 통해 A는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는 B로 치환된다. 이렇듯 대칭이라는 기준을 갖고, 그 대칭에 부합되는 과정을 찾고 설계하는 대표적인 분야가 수학이다. 그래서 나는 답을 맞추는 교육의 대표적인 과목은 수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학은 답을 맞추고자 하는 학문들의 기초과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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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맞추는 교육의 중심에 수학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언어를 배우고 나면 바로 수학 교육을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의 기호와 원리를 배우면서 대칭을 기준으로 답을 맞추는 연산과 치환 과정을 반복한다.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기초가 되는 수학적 기호가 많아지고 연산과정이 복잡해진다. 그렇게 전혀 뜻밖의 대칭적 치환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배우는 수학능력평가의 중심에 항상 수학이 있다. 수학을 잘하면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전공 등 분야의 선택지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답을 맞추는 방식이 너무 강력해서 다른 분야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도널드 노먼이 수학적 태도로 디자인 분야를 쉽게 장악했듯이.



답을 찾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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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널드 노먼이 생각했던 것처럼 디자인 분야는 만만치 않다. 이건 클라이언트를 만나 디자인을 직접 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그 이유는 바로 디자인은 수학이 아니라 언어이기 때문이다. 사실 디자인 분야에 앞서 기호학과 언어학도 한때는 통계학과 분석철학이라는 수학적 기법에 빠진적이 있다. 아마 지금도 많은 언어학자들이 통계를 통해 언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할지도 모른다. 물론 언젠가 통계적 기법이 정말 정교해져서 언어의 본질을 찾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언어와 기호, 디자인 공부에 있어 효율적이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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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적 디자인은 대칭을 기반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언어로 소통되는 형태와 그것을 해석하는 주체가 대칭을 이루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A라는 사람이 '안녕'이라고 말했다. B라는 사람은 '안녕'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 말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말을 한 사람의 뉘앙스와 그 말을 듣는 나의 기분, 둘 사이의 관계 등등 다른 정보들이 '안녕'이라는 말소리에 결합되어 전혀 반대의 해석을 할 수 있다. "참 한가하게 인사를 하고 있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가볍게 한 인사가 비아냥이라는 반대적 의미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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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대칭에 기반한 수학이 아니라 비대칭에 기반한 언어 분야에 가깝다. 그런데 언어는 '사전'이라는 보편적 의미가 정리되어 있고, 문장형식이라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공간이 언어 교육에 투입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죽을때까지 모국어 환경에서 살아가고, 심지어 다른 시공간의 언어도 수많은 시간을 들여 배운다. 그래서 언어는 배운다기 보다는 그냥 언어라는 생존 환경에 놓인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일 수도 있다. 수학은 몰라도 살아갈 수 있지만, 언어를 모르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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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적절성 이상으로 다양성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음절과 문자의 자모를 배워 스스로 수많은 답을 내듯이, 디자인도 어떤 원리와 방법을 알면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다. 한국사람은 대부분 한글을 알고 있다. 초등학생도 노벨문학상의 한강 작가도 한글을 안다. 하지만 그들이 쓰는 글들은 많이 다르다. 초등학생은 초등학생 답게 글을 쓰고, 한강 작가는 한강 작가 답게 글을 쓴다. 나는 한강 작가의 글이 초등학생의 글보다 더 훌륭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은 서로 다른 글을 쓰고 있으며, 각자가 각자의 답을 스스로 찾고 있음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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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교육은 답을 맞추는 교육이 아니라 답을 찾는 교육이다. 그 이유는 대칭이 아니라 비대칭적 태도 때문에 그렇다. 수학이 공통점과 보편성을 추구한다면 디자인은 차별성과 개별성을 추구한다. 수학이 적절성을 추구한다면 디자인은 다양성을 추구한다. 그리고 이 두가지 태도는 우리 삶에 모두 중요하다. 다수결도 중요하지만 소수의 혁신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팔란티어 창업자인 피터 틸은 법을 전공하고 기술 기반의 사업을 하지만 그의 유명한 저서 『제로투원』에서는 혁신과 독점을 강조하지 않는가. 이렇듯 현대 슬롯, 아니 미래 슬롯에서 적절성과 더불어 다양성을 추구하는 균형적 태도는 너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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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과학도 적절성에 너무 매몰된 적이 있었다. 19세기 위대한 역사학자 랑케는 과학적 역사를 강조하며 역사는 사실 그대로 기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과학계는 자연의 진리를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서자마자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다. 자연의 진리는 상대적이라는 그의 주장은 다윈의 진화론 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과학에 진리가 없다고? 과학적 연산과 치환은 상대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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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인슈타인은 그 원리에 대한 나름의 특수한 통찰을 일반적 이론으로 정립한다. 결국 상대적으로 파악되는 현상의 근본에는 모든 현상의 공통점인 '빛'과 시공간의 상대적 차이를 유발하는 '질량'이 있음을 파악한다. 빛은 적절함이고, 질량은 다양함이라는 점을 구분해 일반상대성이론을 정립한 것이다. 요즘 물리학의 근본인 양자역학은 바로 이 상대성 이론에 기반한다. 이후 과학자들은 한결 겸손해져서 자신들의 과학적 주장이 절대적 에피스테메가 아니라 상대적 독사(doxa)라 말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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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성 교육의 가장 선두에 있는 과학 분야도 상대성이론을 거치며 어느 정도 답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재정의 되었다. 그렇기에 과학은 더욱 더 급격한 발전을 이루지 않았을까 싶다. 다양성을 위한 언어를 배우고, 적절성을 위한 수학을 배우고 그리고 다시 다양성을 위한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실험으로 검증하는 것은 아주 균형 있는 접근이다. 적절성 교육에 기반한 다양성 교육, 답 맞추기에 기반한 답 찾기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증명한 분야가 과학 분야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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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적절성에 치우친 입시형 언어 교육에 있어서도 디자인은 상대성 이론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저런 이유로 요즘 내가 읽는 바카라의 대부분은 과학바카라이고, 듣는 강의도 과학 강의다. 게다가 나의 시각언어 디자인 이론도 '기호상대성이론'이다.



교육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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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 교육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답을 맞추는 적절성 교육과, 답을 찾는 다양성 교육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입시장벽은 이 균형을 모두 허물어버린다. 수학과 과학은 그렇다 치고, 국어와 영어, 슬롯와 역사, 심지어 예체능 마저도 답을 정해놓고, 답 맞추기를 강요하고 있다. 게다가 문화예술 교육에는 관심도 없다. 디자인은 그토록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디자인 교육이 어떻게 되는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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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주장했듯이 우리 슬롯에 디자인 교육이 기여할 점이 많다. 디자인은 고등교육에 있어 많은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 답을 맞추는 교육이 아니라 답을 찾는 교육에 있어 디자인 교육은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다. 디자인 교육은 프로세스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문제 찾기, 문제 정의, 프로토타입, 피드백, 최종 결과물, 다시 이 과정을 무한 반복. 디자인은 이미 언어 교육을 넘어, 언어를 어떻게 응용하고 활용해서 창의적 활동으로 연결 할 수 있는지, 모두가 한강 작가는 되지 못하더라도, 모두가 재밌고 흥미로운 결과물을 뽑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내고 있다. 그 증거가 우리 슬롯 곳곳에 있다. 문구페어나 국제도서전, 성수동 등에 가면 흥미롭고 재밌고 좋은 디자인들이 정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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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답을 맞추기 보단 답을 찾는 태도가 요구된다. 그래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삶에 임할 수 있다. 내가 문제를 찾아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존감, 안되면 훌훌 털고 피드백을 받아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답에 대한 자존감과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균형을 이루어야 올바른 정신과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 교육은 결국 좋은 삶을 살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적절성을 위한 자존감과 다양성을 위한 자신감 교육을 적절히 배분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점들을 고려해 우리 슬롯 지도층들이 답을 찾는 다양성 교육, 즉 디자인 교육에 관심을 두면 좋겠다. 디자인 교육을 굳이 직업 교육에 한정하지 말고, 고등교육과 교양교육에 있어 그 중요한 본질이 있음을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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