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처럼 이어진 인연

심지선 작가 전시 '나의 우주'

by손현

별다른 정보나 해설이 없어도, 처음 마주하는 순간부터 마음에 드는 전시가 있다.


지난 일요일에 본 전시가 그랬다.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 맞은편으로 조금 걷다 보니 유리창 너머로 소원탑처럼 쌓인 실뭉치가 보였다. 활짝 피어난 능소화를 지나 어느 단독 주택으로 들어서니 작가가 만든 우주가 펼쳐졌다.


그 우주를 이루는 소재는 단순했다. 한지, 패브릭, 실 등 송이나 내게 그리 이질적이지 않은 것들이었다. 모든 생산 과정이 국내에서 이뤄지는 함창명주도 있었다. 내 표현이 유치하여 미리 양해를 구하자면, 어느 작품은 육쪽마늘을 타래처럼 꿴 모습 같기도, 세포가 분열하며 증식하는 과정 같기도 했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가톨릭 미사의 성찬 때 받는 제병(밀 전병)이 떠올라, 문득 숭고함이 느껴졌다.


조형적으로 단순한 형태가 반복되지만 자세히 보면 모습이 모두 달라 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을 들이고 작가의 노동을 집약해 완성된 작품들은 자연히 더 오래 보게 됐다. 이런 걸 ‘아름다움’이라 부르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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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선 작가 <나의 우주> (서울 중구 동호로 225 / ~2026.7.1.)

특히 실을 활용한 작업이 눈에 띄었는데, 우리에게 다가온 심지선 작가가 “이건 돌잡이실로 만든 거예요”라고 알려줬다. 리플릿 역시 종이들을 실로 일일이 엮으셨다. 그중 ‘인연’에 관해 작가가 적은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인생의 수많은 인연은 연결되기도 하고, 때로는 끊어지기도 한다. 그것 또한 관계가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시간의 일부이다. 돌잡이실이 풀리거나 떨어지더라도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또 다른 흐름으로 이어지는 과정일지 모른다.”


전시가 열리는 공간도 분위기에 일조했다. 한때 누군가 살던 2층 단독 주택을 리모델링하여 현재는 플라워 디자인 브랜드 비욘드앤과 레오킴 스튜디오가 꽃집 겸 작업 공간으로 활용 중인데, 평소 외부에 개방하지 않던 공간을 전시장으로 내었다.


수현이 레디투킥을 막 시작하고, 처음으로 여름 시즌이 아닌 제품을 구상할 때 심지선 작가에게 도움을 구한 적이 있다. 지금은 모두 품절된 산타 수영 모자인데, 그 모자에 달린 흰 방울을 작가님께서 한 땀 한 땀 바느질하여 만드셨다. 물에 젖어도 금방 마르되, 형태가 축 처지지 않는 걸 구현하느라 당시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인연이 실처럼 이어진 덕분에 아름다운 전시를 가족과 볼 수 있었다.


<나의 우주> 전시는 7월 1일까지 비욘드앤스튜디오(중구 동호로 226)에서 열린다. 작가의 작품과 전시 공간이 궁금하신 분들은 들러보시길. (오후 1~6시, 전시기간 내 휴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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