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끝에 빛을 만났습니다

242. 노트_맨발걷기866

by조연섭
안개 자욱한 추암, 사진_ 조연섭

오늘 아침 추암 해변은 안개가 바다를 가득 품고 있었습니다. 수평선은 보이지 않았고, 촛대바위도 희미한 윤곽만 남아 있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일출을 기다리던 사람들도 오늘은 안개를 바라보며 조용히 시간을 보냈습니다.


신기한 것은 자연은 늘 자신의 순서를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금 전까지 바다를 덮고 있던 안개는 어느새 바람을 따라 천천히 흩어졌고, 그 빈자리를 여명이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급하지도 않았고 화려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아침은 자신만의 속도로 하루를 열고 있었습니다.


오늘 기온은 24도였습니다. 866일차 걷기로 시작한 백사장에는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모래를 밟는 발걸음은 가볍고, 파도 소리는 잔잔했습니다. 누군가는 운동을 하고, 누군가는 생각을 정리하고, 또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까지도 추암의 아침 풍경이었습니다.


가끔은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리됩니다. 서둘러야 할 것 같았던 일도 잠시 멈춰 생각하게 되고, 답답했던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집니다. 오늘 추암의 아침은 기다리는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사실을 조용히 들려주었습니다.


아침은 매일 찾아오지만, 같은 아침은 하루도 없습니다. 계절이 바뀌고, 바람이 달라지고, 안개의 깊이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추암은 자주 찾을수록 새로운 풍경을 선물하는 곳입니다.


오늘 저는 안개가 걷히는 모습을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떠오른 여명은 하루를 시작하는 풍경이면서, 마음을 다시 밝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아마 우리가 자연을 찾는 이유도 그 한순간의 빛을 만나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여명이 오르고 걷기가 시작됩니다. 사진_ 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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