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풍경은 풍경화가 아니다. 지질학이다.
우리는 한 시대를 살고 있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여섯 개의 지층이 겹쳐진 단면을 살고 있다. 발밑에는 영토와 에너지가 있고(1지층), 그 위에는 노동과 자본이 흐르며(2지층), 그 위에는 우리가 무엇을 볼지 정하는 알고리즘이 있고(3지층), 그 위에는 옳고 그름을 판정하는 법과 신뢰가 있으며(4지층), 그 위에는 어떤 몸이 태어나고 관리되는지가 있고(5지층), 맨 위에는 이 모든 것을 어떤 이야기로 기억할지가 있다(6지층).
중요한 건 누적이다. 인스타그램의 시대가 왔다고 해서 영토가 사라지지 않는다. AI가 왔다고 해서 노동이 사라지지 않는다. 새로운 지층은 기존 지층을 대체하지 않고 그 위에 쌓인다. 그래서 정보슬롯에서도 전쟁이 나면 다시 1지층이 모든 걸 지배하는 역전이 일어난다.
이 시리즈는 그래서 하나의 장면을 여섯 번 굴절시켜 보려고 한다. 하나의 풍경이 여섯 개의 지층에서는 각각 어떻게 보이는지. 그리고 그 지층 사이를 어떤 규칙 - 전이, 공진, 단층, 연쇄붕괴 - 이 가로지르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