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능한 사랑' 리뷰
※ 영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연출작은 항상 불편하고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그가 만든 영화 속 캐릭터들은 슬롯 바깥의 약자들이 주로 나오며, 세상의 권력에 핍박받고 극한까지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데뷔작 '초록물고기'부터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시', 그리고 '버닝'까지 그랬다. 제83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의 2등상인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이자 8년 만의 신작 '가능한 사랑' 또한 거북하고 불쾌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복잡하고 난해한 이야기 속에서 '사랑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그래서 '귀한 영화'로 다가온다.
영화는 해고노동자 호석(설경구)과 아내 미옥(전도연) 부부와 다큐멘터리 연출가 예지(조여정)와 그의 남편 상우(조인성) 부부의 만남을 그린다. 두 부부가 살아가는 세계는 선명하게 다르다. 호석과 미옥의 일상에는 해고와 파업 진압의 상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남아 있는 반면, 예지와 상우는 부와 교양, 안정된 생활을 누린다. 노동자의 삶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 하는 예지를 통해 두 가족의 거리는 가까워지지만, 친밀해질수록 그들을 갈라놓은 계급의 차이와 감춰진 욕망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흥미로운 것은 '가능한 사랑'은 가난을 선으로, 부유함을 악으로 단순하게 나누지 않는다. 네 사람은 각기 다른 욕망과 모순을 지녔으며, 누구도 하나의 기준으로 단순하게 규정되지 않는다. 노동자와 자본가의 대립처럼 보였던 관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해고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 타인의 고통을 기록하는 예술가와 그 삶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하는 자산가의 관계로 세분된다. 여기에 고통받는 사람과 그 고통을 바라보는 사람, 욕망을 억눌러야 하는 사람과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의 차이가 겹쳐진다.
호석은 자본을 향해 분노하는 전형적인 해고 노동자로 머물지 않는다. 특히 그가 견디기 힘들어하는 대상은 함께 싸웠으나 지금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옛 동료들이다. 아들 철(정섶)의 생일 케이크를 사던 날 우연히 마주친 전 온라인 게임 동료를 집요하게 뒤따라가는 행동에는 자신만 멈춰 버렸다는 절망이 담긴다. 호석은 평범한 일상을 되찾은 동료의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을 슬롯에서 지워진 '유령'처럼 느낀다. 동료에게 배신당했다는 기억과 가족을 제대로 바카라임지지 못한다는 자바카라은 그의 분노가 향할 곳을 뒤엉키게 한다. 가장 약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 호석을 언제나 옳은 사람으로 만들지 않는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