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스러운 염세 VI
“얼굴이 왜 그래?”
“아무 일도 아니야.”
“아 뭔데. 말 좀 해봐.”
“... 우석이랑 헤어졌어.”
그 한마디를 뱉기까지 며칠이 걸렸을지 모른다. 헤어졌다는 사실보다, 헤어졌다고 말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 무거웠을 시간. 그리고 돌아온 대답.
“야, 내가 뭐랬어? 걔랑 언젠간 헤어질 거라고 했잖아.”
위로를 바랐지만, 돌아온 것은 일종의 판결이었다. 이별이라는 현실이 채 정리되기도 전에, 그 사건은 이미 누군가의 예언이 적중한 사례로 접수된다. 이별로 인해 슬픈 사람에서 ‘그럴 줄 알았던 사람’으로 자리가 바뀌는 것이다.
‘내가 뭐랬어’는 일종의 무속인 화법이다.
언젠가 예언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사실 하나로, 그 순간 상대의 감정보다 자신의 적중률이 앞선다. 늘상 간질거리던 입을, 그제야 시원하게 긁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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