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숙이면, 여름이 보였다

나오카 4th - Hasselblad 503 + 80mm

byhongrang

https://omn.kr/2jmvg

사진을 오래 찍다 보면 한 번쯤 중형카메라를 꿈꾸게 된다.

나에게 그 시작은 핫셀블라드였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던 시절, 작품사진이나 광고 작업 때문에 스튜디오를 드나들 일이 있었다. 그곳에서 처음 핫셀블라드를 보았다. 정확히 어떤 모델이었는지는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당시 현장에서 흔히 마주했던 것은 500시리즈였고, 내 기억 속 핫셀블라드는 언제나 웨이스트 레벨 파인더가 달린 작은 검은 상자였다. 사진가는 카메라를 가슴께에 두고 고개를 숙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상한 광경이었다. 보통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눈앞의 대상을 똑바로 바라보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핫셀블라드를 사용하는 사람은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시선을 거두듯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작은 사각형 안에 나타난 세계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그 모습이 꽤 멋있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들려오는 묵직한 소리까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언젠가 나도 저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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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숙여 들여다보던 카메라는, 이상하게도 사람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게 했다.

하지만 당시의 핫셀블라드는 쉽게 가까이할 수 있는 카메라가 아니었다.

학생이었던 나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가격을 물어보는 것조차 조금 망설여질 만큼 멀리 있는 물건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핫셀블라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쪽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오래 로망으로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핫셀블라드의 역사는 애초부터 조금 특별하다.

1940년대 빅터 핫셀블라드는 스웨덴 공군을 위한 항공 카메라를 제작했다. 초기 HK-7을 비롯한 군용 카메라를 만들며 축적된 정밀 기계 기술은 전쟁 이후 민수용 카메라로 이어졌고, 결국 1957년 500C가 등장한다.


500C는 포컬플레인 셔터 대신 렌즈 내부의 리프셔터를 사용했고, 렌즈와 필름카지노 게임, 파인더를 교환할 수 있는 모듈식 시스템을 완성했다. 훗날 우리가 ‘핫셀블라드다운 형태’라고 생각하게 된 거의 모든 것이 이때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 작은 스웨덴 카메라는 지구를 떠났다. 1962년 우주비행사 월터 시라는 자신이 사용하던 500C와 Planar 80mm F2.8을 계기로 NASA에 핫셀블라드를 제안했다. NASA는 가죽 외장과 미러, 파인더 등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고 70장을 촬영할 수 있도록 개조한 500C를 머큐리 8호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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