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카 4th - 주머니 속의 독일산 보석, Minox 35 GT
무언가를 오래 좋아하다 보면 사랑하는 만큼 미워지는 물건이 생긴다. 내게는 Minox 35 GT가 그렇다.
필름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주머니에 들어가는 가장 작은 35mm 카메라”라는 수식어에 마음을 빼앗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리고 손에 넣은 이후에도 수없이 감탄했고, 또 수없이 원망했다.
그래도 여행을 떠날 때면 결국 가장 먼저 가방이 아닌 셔츠 주머니로 향하는 카메라 역시 미녹스다.
사랑과 원망 사이를 오가는, 참 이상한 카메라다.
독일이 만든 가장 작은 35mm 카메라
올림푸스 XA를 소개하며 일본이 만든 초소형 카메라의 정점을 이야기했다면,
사실 그보다 먼저 세상을 놀라게 한 카메라가 있었다.
1974년 포토키나.
독일 미녹스(Minox)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작은 35mm 필름 카메라 Minox 35 EL을 공개한다.
원래 미녹스는 손바닥 안에 숨길 수 있는 스파이 카메라로 유명한 회사였다.
그런 회사가 일반적인 35mm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를 셔츠 앞주머니 크기로 줄여버렸으니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계보를 가장 완성도 높게 이어받은 모델이 바로 Minox 35 GT다.
내가 지금까지 사용해 온 모델 역시 GT다.
황금전사 골드라이탄을 닮은 변신
미녹스를 손에 들면 가장 먼저 하게 되는 행동이 있다. 앞 커버를 아래로 내리는 일이다.
그 작은 움직임 하나에 렌즈가 앞으로 스르르 모습을 드러낸다. 언제 봐도 신기하다.
어릴 적 황금색 라이터가 로봇으로 변신하던 애니메이션 **‘황금전사 골드라이탄’**을 보며 느꼈던 설렘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일까. 카메라를 여는 행위가 단순한 준비 동작이 아니라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올림푸스 XA가 옆으로 미는 슬라이딩 방식이라면, 미녹스는 아래로 펼쳐지는 도어 하나만으로 전혀 다른 감성을 만들어낸다. 독일 사람들은 기계를 참 멋지게 만든다.
기능보다 먼저 구조가 아름답다.
셔츠 주머니 속으로 사라지는 카메라
미녹스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휴대성이다. 올림푸스 XA도 작다.
하지만 미녹스는 그보다도 조금 더 작다. 그리고 조금 더 얇다.
여름이 되면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게 다가온다.
반팔 셔츠 하나 걸친 채 산바카라을 나설 때, 무거운 카메라는 금세 존재를 드러낸다.
주머니가 처지고, 옷의 실루엣이 무너진다. 롤라이 35도 훌륭한 카메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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