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카 4th - Nikon EM과 함께한 맹개마을
우리 밀로 빚은 전통 소주, '진맥 안동소주'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을 때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들떴다.
조선 시대의 고조리서인 《수운잡방(수운잡방)》의 빛바랜 한지 위에 적힌 선조들의 가르침 그대로,
다른 인공 첨가물 없이 오직 이 땅에서 자란 우리 밀과 깨끗한 물, 그리고 정성으로 빚어낸 누룩만으로
완성하는 귀한 술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쌀이 귀하던 시절, 밀로 소주를 내려 마셨던 조상들의 슬기와 멋이 그 투명한 액체 속에 고스란히
고여 있을 것만 같아 늘 그 고향이 궁금했다. 애주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되는 이 술의 고향이
안동의 깊숙한 골짜기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미 나의 마음은 경상북도 안동으로 향하고 있었다.
마침 운 좋게도 가까운 지인이 이 비밀스러운 양조장에 초대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초여름의 싱그러운 푸른 기운이 가득할 안동의 풍광과 그곳에서 피어날 향긋한 술 냄새를 상상하니
도저히 집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서둘러 카메라 제습함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던
오래된 수동 카메라, 니콘 EM을 꺼냈다.
오래되어 닳아버린 가죽 케이스를 씌우고 검은색 어깨끈을 단단히 매단 채, 염치 불고하고
지인의 동행 길에 덥석 따라나섰다. 렌즈 캡을 열자 아련한 필름 특유의 냄새가 코끝을 스쳤고,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기 전의 설렘이 손끝에서부터 부드럽게 피어올랐다.
육지 속의 섬, 물길이 막아선 비밀의 정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유진 초이와 고애신이 작은 나룻배를 타고 건너던 아름답고 서정적인
고산정의 풍경을 지나 차를 달렸다.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늘어선 강변길을 따라
깊숙이 들어갈수록 길은 점점 좁아졌고,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마저 갈팡질팡 중심을 잡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눈앞을 가로막은 낙동강 줄기와 마주쳤다. 다리도 없고 흔한 이정표도 보이지 않는 곳. 예천의 회룡포나 안동 하회마을이 그러하듯 이곳 맹개마을 역시 낙동강 물길이 마을 전체를 포근하게 휘감아 돌며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스스로를 격리한 독특한 지형을 이루고 있었다.
육지 속의 섬이라는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 싶었다.
마을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현대 문명의 편리함을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강물에 수량이 풍부하게 차오를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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