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의 축복,
기계식 필름카메라와 산바카라

나오카 4th - Pentax Spotmatics 50mm 1.8

byhongrang


수동 필름 카메라의 세계에 이제 막 발을 들인 청춘들에게 가장 먼저 눈에 밟히는 바디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열에 일곱은 아사히 펜탁스의 스포매틱(Pentax Spotmatic) 시리즈를 이야기합니다.


렌즈를 홈에 맞춰 툭 끼우고 살짝만 돌리면 기분 좋은 마찰음과 함께 고정되는 현대적인 베이요넷 마운트 바디들도 차고 넘치지만, 마치 음료수 병뚜껑을 돌리듯 렌즈를 빙글빙글 나사처럼 끝까지 돌려 끼우는 옛날 방식(스크루마운트)은 묘한 향수를 자극하기 마련이다.


이른바 'M42 스크루(Screw) 마운트'의 계보를 짚을 때 스포매틱만큼 흔하고 친숙하면서도 단단한 바디는 찾기란 쉽지 않다. 구제 옷이나 레트로한 소품을 좋아해 동묘 구제시장이나 황학동 벼룩시장의 좁은 골목을 한 번이라도 걸어본 사람이라면 기억할지 모르겠다.


주말 아침, 길가 매대에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쓴 채 험한 상태로 쌓여 있는 투박한 은색 카메라더미 본 적 있을 것이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그 철제 덩어리들을 들여다보면, 십중팔구는 펜탁스의 왕관 마크나 'Spotmatic'이라는 각인이 선명하게 박혀 있다.


한 시절 세계 카메라 시장을 호령했던 주인공이 이자,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우리 주변을 가장 흔하게 떠돌아다니는 올드 카메라의 가장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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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matic촬영영화필름과 여름의 빛 펜탁스렌즈의 강한 컨트라스트가 합쳐진 여름의 필름 발색을 보여준다. ⓒ 이재필


묵직한 나사산 위에 얹은 기다림의 의식


펜탁스가 만들었던 올드 렌즈들은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훌륭하다. 시장에 풀린 수량이 워낙 많다 보니 성능과 광학적 완성도에 비해 참 저렴한 가격으로 손에 넣을 수 있다. 가끔 제조 공정에서 방사성 물질인 토륨을 희토류에 섞어 넣어 세월이 흐를수록 렌즈 알이 영롱한 호박색(Amber)으로 익어가는 '토륨 코팅' 타쿠마 렌즈 같은 녀석들은 약간의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 그렇다고 지갑이 가벼운 대학생들이 엄두도 못 낼 만큼 허황된 금액은 아니다.


얼마 전 단골 카메라 수리점 구석에서 50mm f1.8 표준 타쿠마 렌즈와 135mm f4 망원 렌즈를 구할수 있었다. 그때 주인 아주머니가 렌즈 뒤에 렌즈 뚜껑 대신 '덤'으로 툭 달아주었던 것이 바로 스포매틱 바디였다. 하도 흔하게 굴러다니는 모델이라 별다른 기대 없이 집어 들고 요리조리 만지작거렸는데 아쉽게도 뷰파인더 너머 거울이 위로 딱 붙은 채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투박한 기계 안에는 '인스턴트 리턴 미러(Instant Return Mirror)'라는 기술이 숨어 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내부 거울이 위로 들렸다가, 촬영이 끝나면 기계적인 스프링의 힘으로 즉시 제자리로


돌아와 작업자의 시야를 확보해 주는 방식이다. 지금이야 숨 쉬듯 당연한 메커니즘이지만 1960년대에는 카메라 산업의 지형을 바꾼 혁신이었다고 할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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