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즐거운 편이기를

2026 All-Day-Project (158/365)

byJamin

일을 즐긴다는 것에 이어서


새롭게 매니저가 될 당신에게


먼저 축하한다. 기쁨과 동시에 어깨를 누르는 무거운 바카라임감에 걱정도 앞설 것이다. 당신은 아마 ‘어떻게 하면 팀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일에서 ‘즐거움’을 좇는 태도는 위험하고 오래가지 못한다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마라톤 선수나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고단한 훈련 과정을 예로 들며, 일은 본질적으로 힘들고 인내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말이다. 나는 이 고민에 오랫동안 사로잡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여전히 ‘일은 즐거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우리가 말하는 그 ‘즐거움’의 정의를 학문적 통찰과 함께 머릿속에서 다시 그려볼 필요가 있다.


쾌락적 즐거움과 의미적 즐거움


심리학에서는 인간이 느끼는 행복과 즐거움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일시적인 감각적 자극이나 당장의 기분 좋은 상태를 뜻하는 ‘쾌락적 즐거움(hedonic pleasure)’이고, 다른 하나는 스스로 성장하고 가치를 증명하는 데서 오는 지속적인 만족인 ‘의미적 안녕(eudaimonic well-being)’이다.


데시와 라이언(Deci & Ryan)의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단순히 기분만 좋은 상태는 일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매니저로서 당신이 팀에 만들어주어야 할 즐거움은 의미적 안녕의 영역이다. 즉, 팀원이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갖고(자율성),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감각을 맛보며(유능감), 서로를 깊이 신뢰할 때(관계성) 비로소 발생하는 ‘차분하고 단단한 만족’이다.


어려운 게임이 주는 희열: 도전과 참여의 설계


‘즐겁게 일한다’는 말을 ‘일이 편하고 쉬워야 한다’거나 ‘스트레스가 없어야 한다’는 뜻으로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우리는 플레이어를 수백 번씩 실패하게 만들고 극단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악명 높고 불친절한 ‘소울라이크(Soulslike)’ 장르의 게임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즐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스의 사상가 로제 카이와(Roger Caillois)는 놀이의 속성 중 규칙을 준수하며 장애물을 극복하는 능동적 노력을 ‘루두스(Ludus)’라고 정의했다. 단순히 쉽고 편안한 것보다, 명확한 규칙 안에서 자신의 기량을 갈고닦아 거대한 장벽을 마침내 스스로 극복해 냈을 때의 희열이 비교할 수 없이 크기 때문이다.


일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쉽고 편안한 일은 즐거움을 주기보다 오히려 지루함과 무력감을 낳는다. 매니저의 역할은 팀원 앞의 모든 장애물을 대신 치워주는 해결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어떻게 주체적으로 이 고난에 참여하게 만들 것인가’의 설계 문제다. 명확한 규칙을 세우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안전망을 주며, 어려운 목표를 깨뜨렸을 때 확실한 유능감을 맛보게 하는 것. 이 ‘참여의 설계’야말로 진짜 매니지먼트다.


마시멜로 실험의 재해석과 예측 가능한 환경


그렇다면 팀원들이 이러한 어려운 도전에 기꺼이 기여하고, 눈앞의 달콤함 대신 더 큰 미래의 가치를 선택하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는 흔히 참을성 있는 아이가 더 큰 보상을 받는다는 ‘마시멜로 실험’을 인내심이라는 개인의 기질적 중요성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키드(Kidd et al., 2013) 등의 재해석 연구는 이 실험의 진짜 열쇠가 아이의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눈앞의 어른이 ‘약속을 지키는 신뢰할 만한 사람인가’에 있었다는 점을 밝혀냈다.


약속이 깨질 것 같은 불안정한 환경에서는 당장 눈앞의 마시멜로를 먹어 치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즉, 만족을 미루고 인내하는 힘은 환경이 만들어내는 합리적 전략이다.


매니저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당신이 팀원들에게 ‘어려운 도전을 이겨내고 끝내 노력하면 보상받는다’는 믿음을 주고 싶다면, 그 믿음을 배신하지 않는 예측 가능한 환경을 먼저 설계해야 한다. 평가와 보상이 언제, 어떻게, 왜 주어지는지 투명하게 만들어라. 그래야 팀원들은 당장의 편안함을 미뤄두고 까다로운 문제에 뛰어들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병목 이론과 사람 낙인찍기의 위험


이러한 예측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태도는, 성과 관리에 있어서 팀원을 대하는 매니저의 시선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엘리야후 골드랫(Eliyahu Goldratt)의 제약 이론(Theory of Constraints)을 다룬 《더 골(The Goal)》에서는 전체의 흐름을 가로막는 ‘가장 느린 지점(병목)’의 중요성을 말한다. 많은 매니저가 이 개념을 가져와 ‘그 병목을 찾아내 압박하라’고 잘못 적용하지만, 이는 본질을 놓친 것이다. 진짜 핵심은 시스템의 병목 구간을 관리하고 그 짐을 함께 덜어주는 것이지, 사람 자체를 문제적인 병목으로 규정하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특정 팀원을 ‘느린 사람’, ‘문제 있는 사람’으로 낙인찍는 순간, 당신은 그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시선을 고정시켜 버린다. 캐롤 드웩(Carol Dweck)의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이 ‘변할 수 있다’고 믿을 때 실제로 변한다.


매니저로서 당신의 말 한마디와 피드백은 팀원의 자기 인식을 조용히 빚어낸다. “너는 왜 이렇게 느리니?”가 아니라 “이 과정에서 우리가 함께 속도를 낼 방법을 찾아보자”라고 말하는 것이 진짜 병목 관리다.


감정 노동과 즐거움 강요의 역설


좋은 리더가 되고 싶은 매니저일수록 ‘팀 분위기를 무조건 즐겁고 활기차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히기 쉽다. 그러나 슬롯학자 알리 호크실드(Arlie Hochschild)가 정립한 ‘감정 노동(emotional labor)’ 개념이 보여주듯, 자신의 내면과 다른 감정을 억지로 표현해야 할 때 사람은 빠르게 소진된다. 매니저가 즐거움을 강요하는 순간, 결과는 역설적이다. 그 억압적인 밝음은 오히려 진짜 즐거움을 질식시킨다.


그래서 나는 ‘늘 즐겁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전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믿는다. “오늘은 진짜 힘드네요”, “이 프로젝트는 솔직히 지루합니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는 팀이 건강하다.


바바라 프레드릭슨(Barbara Fredrickson)의 확장-구축 이론(Broaden-and-Build Theory)처럼, 지치고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안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긍정적인 에너지가 피어날 수 있는 단단한 토양이 마련된다.


‘대체로 즐거운 편’이라는 통계적 회복 탄력성


일터에서의 만족도를 0에서 10까지의 척도로 바라본다면, 우리의 일상은 매 순간 완벽할 수 없다. 때로는 0점에 가까운 좌절을 맛보기도 하고, 업무의 성격에 따라 5~8 사이를 오고 가기 마련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평균값 6.7 정도의 상태, 즉 ‘대체로 즐거운 편’이라는 감각이다. 이 통계적 관점은 매니저에게 완벽주의를 내려놓게 해준다. 당신은 매 순간 기적이 일어나는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니다. 모든 날이 10점일 필요는 없고, 어쩌다 마주하는 0점인 날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장기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나아가는 회복 탄력성의 핵심은, 극단적인 고점의 유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통계학적으로 ‘대체로 괜찮은 상태’를 유지하는 흐름에 있다.


성장을 보는 즐거움의 그늘


당신이 매니저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팀원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일 것이다. 피드백을 주고, 짧은 시간 안에 눈부시게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성장 마인드셋을 강조하는 과정에서도 보이지 않는 그늘이 생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빨리, 잘 성장하는 팀원’에게 더 많은 관심과 기회를 준다. 그 그늘 아래에서 성장이 더디거나 정체된 팀원들은 조용히 침묵하며 마음을 닫는다. 이때 우리는 ‘성장’이라는 프레임 자체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어떤 팀원은 매 순간 눈부시게 자라나기보다, 변치 않는 안정감과 신뢰성으로 팀을 든든하게 받쳐준다. 매니저가 즐거움의 원천을 오직 눈에 보이는 ‘성장’ 하나로만 좁히면,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이들의 진짜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된다.


결론: 당신의 ‘대체로 즐거움’부터 돌보라


‘즐겁지 않으면 즐겁게 만든다’는 의지도, 즐거운 일터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도 모두 소중하다. 다만 그 따뜻한 시선의 대상에 매니저인 ‘당신 자신’도 반드시 포함하기를 바란다.


당신이 지금 대체로 즐거운 편이 아니라면, 그때는 매니저로서의 무거운 의무를 잠시 내려놓아라. 팀을 즐겁게 만드는 일은, 당신 자신이 삶에서 즐거움을 느낄 여유가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매니저의 진짜 역할은 즐거움을 직접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이 스스로 자라날 수 있는 신뢰와 도전의 토양을 설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토양의 첫 삽은 당신 자신의 ‘대체로 즐거움’을 너그럽게 인정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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