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기 전에 심문하라

2026 All-Day-Project (135/365)

byJamin

밭갈이와 파종 — 해결바카라의 발견과 검증

시리즈 개요: 밭갈이와 파종

1장. 해결바카라에도 씨앗이 여러 개 필요하다

2장. 모순을 피하지 말고 풀어라

3장. 만들기 전에 심문하라 (이 글)

4장: 삽으로 팔 것인가, 포크레인을 빌릴 것인가

5장: 가장 싸게 틀려라

6장: 수확은 해석이다


프롤로그: 젖은 솜 위의 씨앗


팀이 흥분한 순간이 있습니다.


긴 브레인스토밍 끝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해결바카라 하나가 남았을 때. 화이트보드에 선이 그어지고, 누군가 "이거 진짜 될 것 같은데요?"라고 말할 때. 디자이너가 이미 와이어프레임을 손으로 그리고 있고, 엔지니어가 "그거면 2주면 되겠네"를 덧붙이고 있을 때. 그 순간의 공기를, PM이라면 누구나 알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 가장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그 해결바카라 안에는 팀이 공유하고 있지만 아무도 입 밖에 꺼내지 않은 가정들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가 이걸 원할 거야." "이 정도 가격이면 낼 거야." "2주면 만들 수 있을 거야." "법무팀에서 통과될 거야." "이걸 한 번 쓰면 계속 쓸 거야."


전부 가정입니다. 근거 없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 그리고 당연할수록, 심문 없이 지나갑니다.


농부는 다릅니다.


좋은 씨앗을 손에 넣은 농부는, 바로 밭에 가지 않습니다. 먼저 몇 개를 집어 젖은 솜 위에 올려둡니다. 3일, 7일을 기다리며 발아율을 봅니다. 열 개 중 몇 개가 싹이 트는지. 싹이 트는 속도는 어떤지. 어떤 씨앗은 보기에 멀쩡해도 안에서 이미 말라 있습니다. 그 걸 밭에 뿌리면 넓은 땅 전체에 빈 자리가 생깁니다.


그리고 흙도 다시 한 번 만져봅니다. pH는 괜찮은가. 물 빠짐은 어떤가. 지난해 이 자리에 뭘 심었는가. 내년 기후 예보는 어떤가.


이 사전 검사들은 파종 전체 작업의 1%도 안 되는 시간과 비용을 씁니다. 그런데 나머지 99%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PM의 세계에도 젖은 솜이 있어야 합니다. 해결바카라을 만들기 전에, 해결바카라 안에 숨은 가정들을 꺼내서 솜 위에 올려보는 일. 이 장에서 이야기할 것은 그것입니다.


1. 세 개의 렌즈, 그리고 다섯 가지 가정


IDEO는 2000년대 초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혁신이 성공하려면 세 개의 렌즈를 동시에 통과해야 한다고.

Desirability (인간): 사람들이 이걸 원하는가?

Feasibility (기술): 우리가 이걸 만들 수 있는가?

Viability (사업): 이게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가?


세 개가 교차하는 가운데 점이 혁신의 자리입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프로덕트는 그쪽으로 기울어 넘어집니다. 기술적으로는 완벽한데 아무도 안 씁니다. 사용자는 사랑하는데 돈이 안 됩니다. 사업 모델은 훌륭한데 만들 수가 없습니다.


IDEO가 강조한 한 가지는 순서였습니다. Desirability부터 시작하라. 사람들이 원하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그 다음에 기술과 사업을 붙여라. 그런데 대부분의 PM 회의실에서는 이 순서가 뒤집힙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니까"와 "사업적으로 말이 되니까"로 논리를 만들고, Desirability는 마지막에 "사용자도 좋아하겠지"로 통과시킵니다.


Teresa Torres는 이 세 개의 렌즈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그녀는 Continuous Discovery Habits에서 이를 다섯 가지 가정 유형으로 확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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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bility는 Desirability와 다릅니다. 사용자가 원한다고 해도, 이해하지 못하면 쓰지 않습니다. Ethical은 예전엔 옵션이었지만, 개인정보·알고리즘 편향·다크 패턴의 시대엔 필수가 됐습니다.


다섯 개를 전부 기억하려 하지 마세요. 체크리스트처럼 쓰는 게 훨씬 실용적입니다. 해결바카라이 정해지면, 종이 한 장에 이 다섯 줄을 적어두고 각 줄 옆에 "우리는 지금 뭘 가정하고 있는가"를 한 문장씩 적어봅니다. 이 다섯 문장이 심문의 대상입니다.


2. 가정 매핑: 중요한데 증거 없는 것부터


가정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한 프로젝트에서 가정은 스무 개, 서른 개씩 나오기 때문입니다. 다 검증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부터 검증할지가 관건입니다.


David Bland는 Testing Business Ideas에서 이 질문을 2×2 매트릭스로 풀었습니다. 이름은 Assumption Mapping입니다.


두 개의 축은 단순합니다. 가로축은 중요도. "이 가정이 틀렸을 때, 우리 프로젝트가 무너지는가?" 세로축은 증거의 양. "이 가정을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이미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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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사분면 중 오직 오른쪽 위만 봅니다.

중요한데, 증거가 없는 것. 여기가 전장입니다. 이곳에 있는 가정이 프로덕트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사분면을 이해하는 게 생각보다 많이 바꿉니다. 팀이 흔히 하는 실수는 증거가 많은 것을 더 검증하는 것입니다. 이미 데이터가 있는 가정은 안심이 되니까, 그걸 또 한 번 확인하며 시간을 씁니다. 정작 증거가 없는 것은 건드리기 불편해서 미룹니다. 왜냐하면 그쪽에 들어가 보면 프로젝트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정 매핑은 기술이 아니라 용기의 도구이기도 합니다. 팀이 가장 보고 싶지 않은 것을 정면으로 보게 만듭니다.


PM이 해야 할 일은 이것입니다.

해결바카라을 한 문장으로 다시 씁니다.

그 해결바카라에 숨어 있는 가정을 다섯 개 유형(D/U/F/V/E)에 걸쳐 나열합니다. 최소 10개는 나옵니다.

각 가정을 2×2에 배치합니다. "이거 틀리면 치명적인가?"와 "증거 있는가?"만 묻습니다.

오른쪽 위 사분면의 가정부터 검증 계획을 짭니다.


검증 계획은 다양합니다. 인터뷰 한 번이면 풀리는 것, 500명 서베이가 필요한 것, Fake Door 한 주면 충분한 것, 엔지니어링 스파이크가 필요한 것. 도구는 다음 장과 그 다음 장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이 장에서 중요한 건 "뭘 먼저 검증할지"의 순서입니다.


3. Pre-mortem: 미래에서 돌아온 실패 보고서


Assumption Mapping은 팀이 이미 인지하고 있는 가정을 매핑하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건 인지하지 못하는 가정입니다. "이건 당연하니까 가정이라고 생각도 안 해봤어요"라고 나중에 말하게 되는 것들.

이것을 드러내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를 Gary Klein이 2007년 Harvard Business Review에 정리했습니다. Pre-mortem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프로젝트 계획이 끝나고 팀이 "자, 가자"라고 말하기 직전에, 리더가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이 1년 뒤라고 상상해보세요. 우리 프로젝트는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처참하게요. 사용자도 잃었고, 투자도 회수 못했고, 팀도 해체됐습니다.
각자 10분 동안 조용히 써주세요. 왜 실패했는지를요."


이 한 마디에 회의실의 공기가 바뀝니다. "잘 될 거야"라는 낙관에 묶여 있던 머리가, 반대편으로 완전히 돌아갑니다. 그리고 놀라울 만큼 구체적이고 날카로운 실패 시나리오들이 쏟아집니다.


Klein이 발견한 건 이것입니다. "왜 실패할까?"라고 물으면 사람들은 입을 닫지만, "이미 실패했는데 왜일까?"라고 물으면 입이 열립니다. 전자는 현재를 비관하는 일처럼 느껴지고, 후자는 과거를 분석하는 일처럼 느껴집니다. 같은 질문이지만 언어의 프레임이 완전히 다릅니다.


30분이면 충분합니다. Pre-mortem의 결과물은 대개 두 종류입니다.


첫째, 이미 매핑에 있던 가정의 재확인. "역시 이게 제일 위험했구나"를 팀 전체가 확인하는 효과.


둘째, 매핑에 없던 가정의 발견. "아, 이걸 우리가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었네요." 이게 진짜 수확입니다. 집단이 공유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언어화하지 않은 가정들이 이 순간에 표면으로 올라옵니다.


Pre-mortem과 Assumption Mapping은 한 쌍으로 써야 합니다. 먼저 Assumption Mapping으로 알고 있는 가정을 정리하고, 그 다음에 Pre-mortem으로 놓친 것을 찾습니다. 두 도구를 합쳐 한 시간. 이 한 시간이 이후 3개월을 구합니다.


4. Quibi: $1.8B짜리 반면교사

2020년 4월 6일, Quibi가 출시됐습니다. 드림웍스의 Jeffrey Katzenberg와 HP·eBay의 Meg Whitman이 이끄는 회사였습니다. 투자금 18억 달러. 콘텐츠에 10억, 마케팅에 4억 7천만 달러를 썼습니다. "모바일에서 10분짜리 프리미엄 숏폼 콘텐츠"라는 컨셉이었습니다.


같은 해 12월, Quibi는 문을 닫았습니다. 8개월 만이었습니다.


실패의 원인을 다섯 가지 가정 유형으로 다시 읽어보면, 참혹할 만큼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Desirability 1번 — "사람들은 이동 중에 프리미엄 숏폼을 본다"


출퇴근길 10분을 겨냥한 컨셉이었습니다. 그런데 2020년 3월부터 전 세계가 집에 갇혔습니다. 이동이 없었습니다. 그들이 가정한 사용 맥락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물론 COVID는 운이 나빴던 거지만 — 진짜 문제는, COVID 이전에도 이 가정을 진지하게 검증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출퇴근 10분에 프리미엄 콘텐츠"는 업계 경험에서 나온 직관이었지, 사용자 인터뷰에서 나온 결론이 아니었습니다.


Desirability 2번 — "사람들은 10분짜리 숏폼에 돈을 낸다"

숏폼은 YouTube와 TikTok이 사용자에게 무료로 익숙하게 만든 형식이었습니다. 그 형식에 월 구독료를 매기려면, "왜 공짜가 아닌가"에 대한 아주 강한 답이 필요했습니다. Quibi의 답은 "고퀄 제작"이었는데, 사용자는 고퀄 콘텐츠에는 이미 Netflix에 돈을 내고 있었습니다. 같은 지갑에서 두 번 꺼내야 할 이유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Usability — "Turnstyle(가로/세로 자동 전환)이 킬러 피처다"

Quibi는 폰을 돌리면 화면이 가로/세로로 매끄럽게 전환되는 기술에 자부심이 컸습니다. 실제로 기술적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용자가 그걸 위해 구독하지는 않았습니다. "멋진 기술"과 "구독 이유"를 혼동한 사례입니다.


Viability — "검증 없이 스케일업"

18억 달러를 미리 쓴 구조는 피벗할 여지를 없앴습니다. 사용자가 생각만큼 안 온다는 신호가 보였을 때, 이미 콘텐츠 계약은 몇 년치가 잠겨 있었고 마케팅은 집행 중이었습니다. Viability 가정이 틀린 걸 확인했을 때는 방향을 틀 돈도 시간도 없었습니다.


Ethical/Social — "프리미엄 콘텐츠는 공유할 필요 없다"

Quibi는 콘텐츠가 SNS에 공유되는 걸 초기엔 막았습니다. "프리미엄이니까 구독자만 봐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런데 2020년의 바이럴 성장 엔진은 정확히 SNS 공유였습니다. 사용자가 친구에게 재미있는 10초를 보내지 못하면, 그 콘텐츠는 가입자 안에서만 돌다가 소멸합니다. "공유 차단"이 곧 "성장 엔진 차단"이었습니다.


다섯 개 유형 전부에서 가정이 틀렸습니다. 다섯 번의 심문이 있었다면 적어도 한두 개는 미리 보였을 것입니다. 모든 가정을 미리 풀 수는 없지만, 가장 위험한 두 개(Desirability 1번, Viability)만이라도 출시 전에 검증했다면 Quibi는 피벗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Katzenberg는 실패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프로덕트 마켓 핏이 틀렸다는 걸 인정한다."


이 문장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은 이 장 전체를 한 줄로 요약한 것입니다. Quibi에는 훌륭한 창업자, 훌륭한 자본, 훌륭한 콘텐츠 파트너가 있었습니다. 단 하나가 없었습니다. 만들기 전에 심문한 흔적이 없었습니다.


5. 오늘부터 할 수 있는 작은 실천

지금 팀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하나를 꺼내봅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하지 않은, 혹은 이제 막 시작한 것이면 더 좋습니다.


해결바카라을 한 문장으로 적습니다. "우리는 X를 위해 Y를 만든다." 이 한 문장에 모든 가정이 숨어 있습니다.

다섯 줄을 씁니다. Desirability, Usability, Feasibility, Viability, Ethical 각각에 대해 "우리는 지금 뭘 가정하고 있는가?"를 한 문장씩. 다섯 문장이 나왔다면, 거기에 다시 한 번 "진짜 그런가?"를 덧붙여봅니다. 대부분의 경우, 각 줄에서 2~3개의 추가 가정이 드러납니다.


2×2에 올립니다. 중요도 × 증거의 양. 오른쪽 위에 몇 개가 있는지 세어봅니다. 많다면 정상입니다. 하나도 없다면, 더 잘 봐야 합니다 — 중요한 가정 중 증거 없는 게 없다는 건 거의 항상 착시입니다.


Pre-mortem을 30분 돌립니다. 팀과 함께, 1년 뒤 실패를 가정하고 원인을 각자 씁니다. 매핑에 없던 가정이 몇 개나 나오는지 셉니다. 대개 2~4개가 새로 보입니다.


검증 순서를 정합니다. 오른쪽 위에 있는 가정 중 가장 싸게 검증할 수 있는 것부터 줄을 세웁니다. 인터뷰 다섯 명, Fake Door 한 주, 데이터 쿼리 한 번. 이 순서가 다음 두 장의 주제입니다.


이 다섯 단계를 한 번만 돌려도,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이전과는 다른 얼굴이 됩니다. 가장 흔한 반응은 "이렇게 중요한 걸 한 번도 이야기 안 하고 어떻게 지금까지 왔지?"입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이 장의 목적은 바로 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에필로그: 싹이 트는 소리를 먼저 듣는다


좋은 농부는 밭에 나가기 전에 먼저 싹이 트는 소리를 듣습니다. 젖은 솜 위의 씨앗. 손에 쥐어보는 흙 한 줌. 작년의 일지. 올해의 날씨. 이 모든 사전 검사는 파종 전체 일정의 한구석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눈에 띄지 않아서 건너뛰기 쉽습니다. 하지만 건너뛴 농부의 밭은 대개 가을이 씁쓸합니다.


PM도 같습니다. "이거 되겠네"라고 확신하는 순간이야말로, 가정을 심문해야 하는 순간입니다. 확신이 클수록 심문은 더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확신의 크기와 가정의 숫자는 거의 항상 정비례하기 때문입니다. 확신이 큰 사람일수록 더 많은 것을 당연하다고 여깁니다.


"Every product idea is built upon a set of assumptions." — Teresa Torres


다섯 가지 렌즈로 가정을 꺼내고, 2×2로 순서를 세우고, Pre-mortem으로 놓친 것을 주워라. 이 세 단계는 복잡하지 않지만, 그 효과는 Quibi 같은 $1.8B의 실패와 피벗의 기회 사이만큼 차이가 납니다.


다음 장에서는, 가정을 심문한 다음에 이어지는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이 해결바카라, 얼마나 크게 지어야 할까?"


삽으로 파야 하는 문제에 포크레인을 빌리는 팀이 있고, 포크레인이 필요한 밭에 삽 한 자루로 달려드는 팀도 있습니다. 기술 선택, 빌드 vs. 바이, 가역적 결정과 비가역적 결정.


해결바카라의 크기와 모양을 가늠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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