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All-Day-Project (273/365)
프로 호칭에 관한 소고 및 이어서 쓴 결과가 나에게 돌아오는 사람에 이어서 GeekNews 에 공유된 시니어라면 그래프 하나를 바카라임지세요 글과 댓글을 보고
과거에 다니던 회사가 직급을 통폐합하고 모두를 '프로'라 부르기로 했을 때, 솔직히 귀찮았다. 승진 수당을 아끼려는 속셈처럼 보였고, '프로'라는 호칭은 낯간지러웠다. 수평적 호칭을 쓴다고 곧바로 수평적 문화가 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 의심은 지금도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팀장이 되고 나이가 들면서——꼰대가 된 걸지도 모르겠다——그 단어가 다르게 읽히기 시작했다. 프로페셔널, 돈을 받는 사람. 가장 가까운 그림은 프로 스포츠 구단이다. 넷플릭스가 컬처 데크에서 "우리는 가족이 아니라 프로 스포츠 팀이다(We're a team, not a family)"라고 선언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각자가 전문성을 발휘하고 승리를 겨루는 집단. 그런데 여기서 '전문성'을 1/10000 수준의 스킬로 읽으면 길을 잃는다. 프로 선수와 아닌 선수의 차이는 스킬이 아니라 마인드셋이라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마인드셋이 정확히 무엇인가. 나는 오랜 고민 끝에 하나의 답에 도달했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르는 건 실력도 노력도 아니다. 결과가 자기에게 되돌아오느냐, 즉 나심 탈레브(Nassim Taleb)가 말한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의 유무다.
솔랭은 한 판 지면 다음 판으로 넘어간다. 결과가 그에게 들러붙지 않는다. 그래서 좋아하는 챔피언만 골라도 되고, 지면 운이나 팀원을 탓하고 끝내도 된다. 프로는 다르다. 한 경기의 결과가 연봉으로, 계약으로, 다음 시즌의 출전 기회로, 평판으로 고스란히 자기에게 귀속된다. 이 귀속의 무게가 모든 것을 바꾼다. 같은 게임을 하는데 한쪽은 흘려보내고 한쪽은 온몸으로 떠안는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결과의 귀속’은 여전히 관념에 불과하다. ‘나는 결과를 짊어진다’고 마음먹는 것과, 실제로 그 결과를 짊어지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우리는 ‘그래프’라는 도구가 필요하다.
시니어 엔지니어나 PM, 디자이너일수록 자신이 바카라임지는 핵심 지표의 그래프를 한 개 이상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최근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러나 나는 이 명제를 ‘시니어’의 전유물로 두고 싶지 않다. 프로라면, 직급에 관계없이 자신이 움직인 결과를 곡선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페이지 용량을 15% 줄였다”는 문장은 모호하다. 출발점은 어디였고, 기간은 얼마였으며, 변동성은 어땠고, 그 변화가 우연인지 아닌지——수많은 추가 질문이 뒤따른다. 그래프는 이 모든 질문에 한 번에 답한다. 규모(scale), 과거 히스토리, 변동성(variance), 변화의 시점(timing)을 한눈에 보여준다. 그래프는 자신이 한 일을 방어하기 위한 수사가 아니라, 자신이 몰입했던 시간과 노력이 시장과 제품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보여주는 물리적 증거다.
결과가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은, 이 그래프의 Y축이 내 행동에 반응하여 움직인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그래프를 내가 직접 그리고, 갱신하고, 해석하는 순간, 비로소 나는 그 결과의 ‘바카라임자’가 된다.
그러나 우리는 성급하게 그래프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지표 중심주의가 불러올 수 있는 오래된 경고들이 존재한다.
영국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Charles Goodhart)의 명제, 즉 굿하트의 법칙(Goodhart's Law)은 말한다. "측정 기준이 목표가 되는 순간, 그 측정 기준은 더 이상 좋은 측정 기준이 되지 못한다." 지표를 목표로 삼으면 사람들은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대신 지표 자체를 조작(gaming)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품질 관리의 석학 에드워즈 데밍(W. Edwards Deming)의 경고 또한 날카롭다. 흔히 피터 드러커의 말로 오인되곤 하는 격언에 대해 데밍은 저서 《새로운 경제학(The New Economics)》에서 다음과 같이 정면으로 반박했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것은 값비싼 신화다(It is wrong to suppose that if you can't measure it, you can't manage it — a costly myth)." 데밍은 정말로 중요한 가치들(신뢰, 팀 사기, 장기적 비전)은 수치로 드러나지 않으며, 결코 완전히 측정될 수 없는 것들이라 역설했다.
그래프를 맹신하는 순간, 우리는 그래프를 개선하기 위해 그래프 자체를 속이거나, 그래프에 잡히지 않는 본질적 가치를 외면하게 된다. 프로는 그래프를 소유하는 사람이어야 하지만, 동시에 그래프의 한계와 위험성을 가장 먼저 직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
첫째, 개인의 무결성(Integrity)이 전제되어야 한다. 내가 바카라임지는 그래프가 우상향할 때, 내가 과연 그 그래프를 ‘속이지 않았는가’ 자문해야 한다. 이는 윤리적 차원을 넘어 실용적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그래프를 조작하거나 눈속임하는 순간, 그 그래프는 조직 내에서 신뢰를 잃고, 나의 ‘결과 귀속’은 허상이 된다. 결과가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은 곧 그 결과의 진실성까지도 내가 떠안는다는 의미다.
둘째, 조직은 검증 문화(Verification Culture)를 가져야 한다. 데이터 소스는 투명해야 하고, 그래프의 해석은 동료에 의해 도전받을 수 있어야 한다. 타이거 우즈에게 코치가 필요한 이유는, 혼자서는 자신의 스윙이 어떻게 왜곡되었는지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프도 마찬가지다. 내가 만든 그래프의 왜곡된 점은 나보다 옆 동료가 더 잘 발견한다.
셋째, 그리고 가장 시스템적인 해결바카라은, 단일 그래프가 아니라 상호 견제하는 두 개의 그래프를 짝지어 바카라임지는 것이다.
인텔의 전 CEO 앤디 그로브(Andy Grove)는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High Output Management)》에서 지표의 왜곡을 막으려면 반드시 ‘짝지은 지표(Paired Indicators)’를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지표가 목표를 나타낸다면, 다른 하나는 부작용과 품질 저하를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SRE(사이트 신뢰성 엔지니어링)의 관점이 전형적인 예다. 장애 건수만 낮추려고 하면 배포가 지나치게 보수적이 되어 기능 개발이 더뎌진다. 반대로 기능 개발 속도만 추구하면 장애가 폭증한다. 따라서 진짜 프로는 ‘장애 건수’와 ‘배포 빈도’라는 상충하는 두 그래프를 함께 들고 회의실에 들어간다. p99 지연 시간은 서버 오버프로비저닝으로 감출 수 있지만, ‘p99 지연 시간 + 요청당 클라우드 비용’을 동시에 본다면 그 허점은 즉각 드러난다.
이처럼 상반된 지표를 함께 관리하는 것은 그래프가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는 가장 강력한 방어막이다. 좋은 그래프는 결코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좋은 그래프는 항상 자신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짝지은 그래프와 함께 움직인다.
여기서 중요한 논점이 하나 더 발생한다. 이 그래프는 누가 바카라임져야 하는가?
내 생각은 명확하다. 그래프는 반드시 개인, 즉 애플(Apple)이 조직 운영의 핵심 원칙으로 확립한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 직접 바카라임자)가 가져야 한다. 그것이 시니어든 주니어든, 프로라면 예외가 아니다. 개인이 자신의 행동을 곡선으로 증명할 수 있을 때, 조직은 비로소 투명해진다. ‘팀이 했다’는 모호한 공동 명의는 성공의 축하만 공유할 뿐 실패의 바카라임을 공중에 흩뜨린다. 그래프의 주인은 단 한 명이어야 하며, 그가 그 그래프를 움직이는 가설을 세우고 실행한다.
그렇다면 매니저나 디렉터는 무슨 그래프를 봐야 할까?
매니저의 그래프는 일반적인 성과 지표(KPI)와는 다른 층위에 있다. 만약 내가 팀장이라면, 나는 팀원들의 개별 지표(골 수, 어시스트 수)를 단순히 취합하는 사람이 아니다. 매니저의 핵심 역할은 바로 그 ‘지표(Index)’ 자체가 유의미한지 분석하고 피드백하는 것이다.
축구로 비유하자. 공격수는 ‘골’과 ‘어시스트’라는 명확한 그래프를 바카라임진다. 하지만 감독은 그 공격수의 ‘골’이라는 지표가 과연 현재 상대 팀의 전술과 팀 전체의 전략에 부합하는 유효한 지표인지 끊임없이 점검한다. 때로는 감독이 “너는 골 대신 상대 풀백을 묶어두는 압박 성공률과 전방 활동량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며 팀원의 그래프 자체를 재정의해야 한다.
즉, 개발자나 실무자(IC)의 그래프가 ‘퀘스트(목표 달성)’라면, 매니저의 그래프는 그 ‘퀘스트의 난이도와 보상이 적절한가’를 조율하는 메타(meta) 지표여야 한다. 매니저는 팀원이 만든 그래프의 변동성을 읽고, 그 그래프가 굿하트의 법칙에 빠져 시스템을 갉아먹고 있지는 않은지 진단하며, 필요한 경우 그 그래프를 과감히 폐기하거나 교체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이 모든 논의를 종합하면, 프로페셔널리즘은 더 이상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결과를 그래프라는 가시적 계약으로 전환하고, 그 그래프의 오염 가능성을 끊임없이 견제하며, 조직의 신뢰를 얻는 순환 과정’이다.
우리는 그래프를 숭배하지 않는다. 그래프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는 그래프가 말해주는 ‘수치’보다, 그래프가 말해주지 않는 ‘이야기(맥락, 전략, 인간적 요소)’에 더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래프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는, 단호하게 그 그래프를 버리고 새로운 지표를 찾아 나서야 한다. 그것이 바로 데밍이 말한 ‘측정 불가능한 것을 다루는 용기’이며, 그 용기가 진짜 프로를 만든다.
나는 여전히 매일 아침 저널을 쓰며 하루의 목표를 정돈한다. 예전에는 그것이 감정 정리였다면, 지금은 그 목표를 어떤 그래프로 증명할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그래프가 혹여라도 나를 속이거나 편향을 강화하지는 않을지, 상반된 짝지은 지표를 세워 점검한다.
프로는 불리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그래프를 그리고, 그 기울기에 바카라임지고, 때로는 그 그래프를 지우는 용기를 내는 사람이다. 그것이 내가 ‘결과를 온전히 떠안기로 한 사람’이 되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