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오래 쓰다 보면 가끔 낯선 사람을 만나는 기분이 든다.
과거의 나다.
몇 년 전의 글을 읽으면 그때 내가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무엇을 믿었는지, 어떤 말 앞에서 흔들렸는지가 보인다.
기록하지 않았다면 이미 잊었을 마음들이다.
운동을 오래 했고, 바카라을 오래 읽었고, 밴드에 글을 남겼다.
그 시간들이 쌓이자 흩어져 있던 경험이 조금씩 연결되기 시작했다.
운동에서는 꾸준함을 배웠고, 독서에서는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 회사에서는 바카라임을, 실패에서는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족에게서는 사랑과 관계의 무게를 배웠다.
글은 그 경험들을 하나의 문장으로 묶어주었다.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에는 서울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생활했다.
회사와 집, 운동을 중심으로 하루가 반복됐다. 친구들은 멀리 있었고, 회사일이 바쁜 날에는 누군가를 만날 힘도 남지 않았다.
처음에는 외로운 환경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돌아보면 그 거리가 내 생각을 만들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서 잠시 떨어져 있었기에,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자주 물을 수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세상과 단절하는 일이 아니었다.
내 안의 목소리가 들릴 만큼 조용해지는 일이었다.
이제는 오랫동안 쌓은 글을 AI와 함께 정리할 수도 있다.
AI는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남긴 기록 속에서 반복되는 질문을 찾아주고, 흩어진 문장을 이어주며,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연결을 보여줄 수는 있다.
그럴수록 더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
중요한 것은 AI가 만든 문장이 아니라, 내가 오래 살아오며 쌓은 경험이다.
글쓰기는 생각을 저장하는 일이 아니다.
삶으로 검증한 나만의 생각을 자산으로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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