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잊은 시대, AI와 인간의 자아에 대하여]

<들어서며: 어떤 작가의 묵직한 질문에 답하며>

by이승섭 대중문화평론가


KakaoTalk_20260518_082810787.png[필자의 한가한 시간]

얼마 전, 평생을 문학과 대중문화의 최전선에서 글을 읽고 써온 한 노련한 발행인으로부터 가슴을 치는 질문 하나를 받았다. 이작가 요즘 젊은이들이 AI로 글을 써도 정말 괜찮은 걸까?

만약 인간이 눈물을 모른다면, 그 자아는 메마르게 되는 것 아닌가?”

이 질문은 단순히 ‘새로운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기술적 논의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것은 기계가 인간의 언어를 완벽하게 모사하는 시대에,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켜내야 할 최소한의 영토가 어디인가를 묻는 존재론적 질문이다. 작가의 눈으로, 그리고 글을 쓰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이 고귀한 질문에 담담히 나의 답을 적어 내려가고자 한다.


1. 마찰 없는 글쓰기, 그 달콤한 퇴화


우리가 마주한 첫 번째 문제는 AI 글쓰기가 고통과 마찰을 생략한다는 점에 있다. 전통적인 글쓰기는 언제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머릿속의 어렴풋한 감정과 사유를 단어라는 좁은 틀에 가두기 위해 밤을 새워 고민하고, 적절한 어휘를 찾지 못해 원고지를 찢거나 커서를 깜빡이며 괴로워하는 시간. 우리는 그 시간을 ‘산고(産苦)’라 불렀다.

그러나 AI는 이 산고를 단 몇 초 만에 해결해 준다. 주제어 몇 개를 던지면 막힘없는 문장, 완벽한 비문 없는 논리, 그럴듯한 서사가 폭포처럼 쏟아진다. 청년들은 이 ‘마찰 없는 매끄러움’에 매료된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 인간의 자아와 고유성은 매끄러운 고속도로 위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자갈길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순간에 비로소 형성된다. 글을 쓰기 위해 겪는 고통스러운 지체(Delay)의 시간 동안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이것이었던가? 내 마음 밑바닥에 있는 진짜 감정은 무엇인가?


AI에게 글쓰기를 아웃소싱하는 순간, 청년들은 이 치열한 자아 발견의 기회를 잃어버린다. 고민 없이 얻은 세련된 문장은 자기 삶의 고백이 아니라, 기계가 평균값으로 계산해 낸 ‘타인의 목소리’ 일뿐이다. 마찰이 사라진 글쓰기 환경에서 청년들의 자아는 단단해질 기회를 잃고 점점 표면화된다.


2. 눈물을 모르는 인간, 자아는 메마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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