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서 길을 잃다

팜 주메이라

byChoi Sunyoung

사실 두바이는 처음이 아니었다.


첫 방문에 으레 보곤 하는 금시장이라던지, 전통 배를 타고 두바이 크릭을 건너간다던지— 불과 몇 개월 전에 다 해본 것들. 어딜 가야 할지 막막함부터 앞섰다.


현지식인 에미라티 브렉퍼스트를 맛나게 먹었던 아라비아 티 하우스를 갈까. 그렇지만 착륙 직전 먹었던 스크램블 에그가 아직 다 소화되지도 않은 상태. 그러다 문득, 언젠가 봤던 팜 주메이라가 떠올랐다. 그 거대한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 말이다.


망설임 없이 우버를 잡아타고, 팜 주메이라에 들어갈 수 있는 모노레일 역으로 향했다. 살짝 구름이 낀 하늘 아래로 거대한 황금색 두바이 프레임도 구경하면서.


그런데 아뿔싸. 가는 길이 장날이라더니. 모노레일이 며칠간 공사를 한단다. 난감한 목소리로 설명하는 택시기사. 순식간에 행선지를 잃었다. 호기롭게 걸어갈게요!라고 하기엔, 사막의 기온은 오전 일찍부터 절절 끓어오르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그대로 전망대로 직행.


팜 주메이라의 줄기(Trunk)에는 상업지구와 아파트가, 이파리(Fronds)에는 고급 빌라가, 초승달 모양 방파제(Crescent)에는 리조트와 호텔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 ”줄기“ 안의 이국적인 아파트들이 시선을 잡아끈다.


전체적으로 크림빛 사암색 외벽에 아라베스크·무어 양식이 섞인 아파트. 꼭 알라딘과 재스민 공주가 살 것 같은.


그렇게 전망대에 도착한 시간은 아무도 없는 아침 8시 남짓.


올라가는 길목엔 LED 아쿠아리움 터널이니, 공사 과정이 발밑에서 펼쳐지는 플로어 맵핑 등의 정말이지 “두 바이스러운” 최첨단 시설이 자리 잡고 있어서, 이 거대한 인공섬의 역사를 빠르게 훑어볼 수 있다.


마침내 꼭대기의 전망대, 그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야자수 인공섬. 모래바람이 불어대는 아직은 흐린 하늘. 아무도 없는 전망대를 돌아다니자니 이 근사한 풍경을 전세 낸 것처럼 잔뜩 신이 났다.


저쪽 이파리에 수영장이 딸린 아라비아 풍의 대저택은 누구의 것일까. 이쪽에 정박한 수많은 우아한 흰색의 요트들은, 바다가 코 앞에 보이는 호화스러운 저택에서의 삶이란 어떤 기분일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며— 그렇게 아라비아 사막에서의 백일몽에 잠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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