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바카라방 인문학당에서 근대시인 강의를 듣고 남긴 소감 글
근대 시인 가운데 신석정, 이병기, 이육사, 백석 네 분의 삶과 시 세계에 대한 강의를 4회에 걸쳐 들었다. 지난 11일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월명동에 위치한 바카라방 봄날의 산바카라에서 마지막 강연 '백석 시인과 사랑과 슬픔의 시'가 진행됐다.
사람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서사를 만들어 낸다. 시인들의 삶 또한 저마다 다른 시대와 환경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들의 삶이 시가 되고, 그 시속에는 자신이 살아온 시대와 자연, 그리고 인간에 대한 생각이 고스란히 스며있다.
시에 스며든 사계절을 찾아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죽은 듯한 생명이 다시 태어나는 봄, 자라는 여름, 거두어들이는 가을, 살아 있는 것들이 다시 죽은 듯 숨어드는 겨울을 시인들은 어떻게 시에 녹여내는지, 순환하는 자연의 모습에서 어떻게 삶의 닮은 꼴을 찾아내는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자연은 한 순간도 같은 모습으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 피어나고 자라고 열매 맺고 다시 사라지는 일을 묵묵히 반복한다. 어쩌면 인간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태어나 성장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다가 어는 순간 생의 한 계절을 내려놓는다.
네 시인의 시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의 사계절이 단순히 계절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계절은 삶의 시간이었고, 때로는 시대의 아픔이었으며 지나간 세월에 대한 아픔이었으며 지나간 세월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했다.
신석정의 시에서는 자연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평화로운 삶에 대한 소망을 만날 수 있고, 이병기의 시에서는 우리 고유의 자연과 일상 속에서 세월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이육사의 시에는 일제 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를 견디며 끝내 꺾이지 않으려 했던 정신이 담겨있고, 백석의 시에서는 고향과 가족들 어린 시절의 풍경들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되살아난다.
시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결국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를 읽고 강의를 듣는 동안 나는 나 자신의 삶도 돌아보게 되었다. 평소에 시를 좋아했지만 수박 겉핥기식이 아니었나 깊이 반성을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시에 대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마음도 가져본다.
사람은 살면서 세상 어디에서도, 누구에게서도 위로가 되지 못하는 허허로운 순간이 있다. 그런 날 나는 시집을 찾는다. 시를 읽고 있을 때, 시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걸 느낀다.
"너만 힘든 건 아니야. 나도 힘들 거든, 우리 함께 이겨 나가자."
그렇게 시는 말없이 내 곁에 앉아 나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어쩌면 그런 느낌을 받은 순간이 좋아 자꾸만 시의 세계에 빠져드는 이유가 아닐까 하고 정의를 내린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바라보며 우리는 자연의 순환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라짐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임을 알게 된다. 나이 들어 지난 세월을 돌아다보니 나의 삶에도 수많은 계절이 있었다. 꽃처럼 피어나던 시절이 있었고 뜨겁게 살아내야 했던 여름도 있었다.
이제는 하나씩 내려놓고 지나온 시간을 바라보는 가을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겨울이 끝나면 다시 봄이 오듯, 삶의 어느 계절에도 저마다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네 시인의 시를 통해 자연의 순환과 인간의 삶이 서로 닮아 있음을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지금의 계절 또한 지나가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내 삶의 한 부분으로 곱게 받아들여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 것도 마찬가지다. 봄날의 산바카라 인문학당에서 공부했던 네 시인들의 시와 그 시인들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 많이 설레고 행복했다.
특히 끝으로 백석시인에 대한 안상학시인의 강의는 감동이 물결이 내 마음 안에 잔잔한 파도를 일으켜 주었다. 시란 우리 가슴을 울려 주는 대단한 언어의 마술이다. 안상학 시인이 얼마나 백석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셨는지, 백석 시를 낭송하시는 모습에서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좋아하는 시인의 마음 안에 굳고 정한 갈매나무 한 그루를 심고 사시는 건 아닌지...
좋아하면 보인다는 말도 내 마음에 새긴다
백석 시인에 대해 말하기를 "한 마디로 고고하다"라고 표현한 그 문장이 내 마음을 울린다.
이번 근대 시인의 강의를 들으며 근대 시인의 시의 세계와 시인들의 삶을 더 깊고 넓게 들여다볼 수 있는 안목을 조금 키운 듯 내 삶도 한층 더 깊어지는 것만 같아 이 가을 멋진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삶이란 예상 못한 곳에서 월척을 할 수도 있다.
시는 어둡고 추운 계절 겨울을, 건너가는 방식에 대한 깨달음,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에 처해 있을 때 희망을 갈구하는 기다림과 몸부림이기도 한 깨달음의 언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