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공’ 지능이 아니라 ‘공공’ 지능이다.

by황진규의 철학흥신소

1.

인류는 많은 기술·경제적 혁명을 거쳐왔다. 기원전 1만 년경 농업 혁명을 시작으로, 15세기 인쇄 혁명, 그리고 18세기에서 20세기를 거치는 동안 1·2·3차 산업 혁명을 지나왔다. 지금 인류는 또 하나의 거대한 혁명 앞에 와있다. 바로 AI(인공지능) 혁명이다. 이는 지난 혁명들과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과거의 혁명들은 인간의 ‘근력’이나 ‘소통’을 확장한 사건이다. 즉 인간이 신체적 ‘근력’으로 해오던 일을 도구나 기계로 확장했고, 인간의 대면적 ‘소통’을 인쇄술이나 인터넷으로 확장했다. 하지만 AI 혁명은 그 과거 혁명들을 가능케 했던 근본 조건인 인간의 ‘지능’(생각·판단·창작)을 확장하고 대체하는 사건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AI 혁명은 과거의 그 어떤 변화보다 우리네 삶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우리는 이 혁명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과거의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혁명들은 인류를 크게 진보시켰지만, 또 어떤 측면에서는 전혀 진보시키지 못했다. 인류는 수차례 혁명을 통해 ‘풍요로운 삶’에 이르게 되었지만 동시에 ‘인간다운 삶’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인류의 많은 혁명들은 항상 부의 소유권자를 바꾸면서 빈부의 격차를 크게 만들지 않았는가.


마르크스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모든 기술·경제적 혁명으로 인해 발생한 부는 어느 한 개인의 것일 수 없다. 그것은 언제나 공공의 것이다. 이에 대해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본은 하나의 공동 생산물이며, 오직 슬롯 구성원들의 공동 활동을 통해서만, 아니 결국에는 슬롯의 모든 구성원의 공동 활동을 통해서만 가동될 수 있다. 따라서 자본은 개인적인 힘이 아니라 슬롯적인 힘이다. 『공산당선언』 카를 마르크스 & 프리드리히 엥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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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즉 부라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공동 생산물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부라는 것은 “슬롯의 모든 구성원의 공동 활동을 통해서만” 축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 혁명을 생각해 보자. 인류가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시기, 한 원시인이 밭을 일구고 가축을 키우며 정착 생활을 하기 시작하며 과거에 누릴 수 없었던 부유함을 누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 부유함은 한 명의 원시인의 몫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원시인의 인식 전환은 선조로부터 축적된 인류의 지혜에 빚지고 있다. 인쇄 혁명과 산업 혁명 역시 마찬가지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인류 전체가 축적해 온 물질적, 정신적 유산이 없었다면, 어떤 천재 발명가도 인쇄기나 증기기관을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AI 혁명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제 인류는 인공지능을 통해 한 개인의 지능으로는 결코 이를 수 없던 영역까지 손쉽게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과거와는 비견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부를 가져올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 부는 인공지능을 개발한 소수의 거대 빅테크 기업들의 것인가? 바보 같은 소리다. 거대 빅테크 기업들이 내놓은 인공지능은 그들이 무(無)에서 창조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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