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因果관계의 허구성을 발견한 회의주의자들이 이르는 길이 있다. 비관주의와 염세주의이다. 이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귀결인지도 모른다. 인과관계의 허구성에 이른 이들은 필연적으로 혼란해 잠식당할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세상에 믿을 수 있는 건 없어!” 이러한 혼란에 잠식당한 이들이 비관주의와 염세주의에 이르는 것은 유별난 일이 아니다. 회의주의자들의 비관주의와 염세주의를 문제 삼지 말자. 있는 그대로의 삶으로 돌아가자.
회의주의자들은 삶의 진실을 본 것일까? 아니다. 그들은 삶의 진실을 보지 못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절반의 진실을 본 것이다. 회의주의자들의 진단처럼, 인과관계는 삶의 진실이 아니다. 특정한 원인이 특정한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다. 봄(원인)이 와도 꽃(결과)이 피지 않을 수 있다. 열심히 일(원인)해도 돈(결과)을 못 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네 삶은 일대 혼란에 빠지거나 아니면 비관주의와 염세주의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인과因果의 세계가 허구라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혼란스러운 세계 혹은 비관‧염세적 세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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