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이론적 관점에서, ‘고통의 치유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통이란 무엇인가? 불교에서 ‘고통’은 산스크리트어 ‘두카Duḥkha’이다. 이는 어긋남이란 뜻이다. 고통이란 근본적으로 어긋남이다. 내가 바라는 바(기대)와 현실이 어긋날 때 고통을 느낀다.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기대가 크면 클수록 현실에서 부자가 되지 못하는 일이 고통이 된다.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기대가 크면 클수록 현실에서 작은 질병조차 큰 고통이 된다. 이처럼, 고통은 근본적으로 어긋남Duḥkha이다.
불교가 고통을 치유하는 방식은 이 기대를 줄이는 일이다. 기대는 집착을 낳고, 집착은 곧 고통이 되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기대를 줄이는 만큼 돈에 대한 집착이 줄고, 그만큼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 그 기대를 0에 수렴하게 만든 상태가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의 최고상태인 해탈과 열반이다. 불교를 진지하게 공부하며 이러한 삶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기대를 없애려 무던히 노력했다. 누구를 만나던, 무엇을 하던,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살았다. 집착이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하나만은 분명히 알게 되었다. 집착보다 내 삶의 기쁨이 더 빨리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누가 뭐래도, 무엇인가를 기대한다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이 기대를 모조리 제거한다면,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속세를 등진 수행승이 아니라면, 이는 집착만큼이나 더 큰 불행을 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욕도 생기지 않고, 아무런 의욕도 없다면 삶은 필연적으로 시들어가게 마련인 까닭이다.
‘기대하며 집착에서 벗어날 길은 없는가?’ 세속에서 살기로 마음먹었기에 나의 길을 찾아야 했다. 스페인을 여행 하던 중 하나의 길을 찾았다. 프라도 미술관에서의 일이다. 나에게는 미술관에 들어설 때 습관이 하나 있다. 나의 마음이 조금 더 청량해지고 맑아지길 기대하는 습관이다. 날씨마저 청량하고 맑았던 그날, 그런 기대를 잔뜩 품고 미술관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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