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음식을 랜덤박스로 파는 '투굿투고'

푸드 리세일 플랫폼 투굿투고(Too Good To go)

by적응형이방인

사실 나는 미국 마트의 식품 코너를 볼 때마다 설렘보다 걱정이 앞선다.


베이커리에는 갓 구운 빵이 끝없이 쌓여 있고, 델리 코너에는 샌드위치와 샐러드가 가득하다. 밤늦게 가도 매대는 쉽게 비어 있지 않다. 하지만 그 풍요로움 뒤에는 늘 같은 질문이 따라붙는다.


저 음식들은 정말 다 팔릴까.

과거 MD로 일했던 나의 직업병 섞인 우려는 곧 현실이 된다. 마감 시간이 가까워지면 할인 스티커가 붙기 시작하고, 그럼에도 소진되지 못한 음식들은 결국 폐기된다.


미국에 살면서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거나 학교 카페테리아를 가봐도 얼마나 많은 음식이 버려지는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생산된 음식의 약 30~40%가 버려진다고 한다. 음식물 폐기 규모만 봐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단한 환경 운동가는 아니지만, 미국에 살다 보면 가끔 지구에 미안해지곤 한다.




버려지는 음식을 구하는 플랫폼

이런 고질적인 낭비 문제를 영리하게 풀어낸 플랫폼이 있다. 바로 덴마크에서 시작해 미국에서도 빠르게 성장 중인 ‘투굿투고(Too Good To Go)’다.


처음 이 앱을 알게 된 건 ‘미국에서 단돈 10달러로 세 끼 해결하기’ 같은 자극적인 유투브 콘텐츠 덕분이었다.


서비스 구조는 단순하다. 한국의 ‘마감 세일’을 플랫폼으로 옮겨놓은 형태랄까. 점주가 당일 마감 세일 상품을 등록하면, 고객이 앱으로 결제 후 지정된 시간에 직접 찾으러 간다.


가격대는 다양하지만 보통 10달러 안팎으로 30~50달러 상당의 음식을 받아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꽤 높은 가성비를 체감할 수 있는 구조다.


이미지 출처: Too Good To Go 공식 홈페이지


10달러로 즐기는 ‘서프라이즈’ 콘텐츠

흥미로운 점은 이 서비스가 단순히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떨이’로 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점주는 남은 재고를 ‘서프라이즈 백(Surprise Bag)’ 형태로 판매한다. 봉투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봉투를 열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


소비자에게 이 과정은 단순한 절약이 아니다.

무엇이 나올지 기대하는 확률 게임이자 하나의 콘텐츠다. 물론 복불복의 위험은 있지만 재미 하나는 확실하다.

유튜브나 틱톡에 '투굿투고 언박싱’ 영상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이유도 바로 이 랜덤이 주는 재미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YouTube 채널 ‘Cez and Gaz’


수요예측 실패를 메우는 비즈니스 모델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흥미롭다.

점주들은 수수료를 지불하면서도 기꺼이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재고는 점주나 MD에게 결국 수요예측 실패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그대로 폐기됐을 음식들이다.


하지만 투굿투고를 통하면 간단한 절차로도 재고를 소진하고 최소한의 원가를 회수할 수 있다.

여기에 ‘환경을 생각하는 가게’라는 긍정적인 이미지와 신규 고객 유입 효과는 덤이다.


평소 선뜻 구매하기 어려웠던 가격대의 상품도 저렴하게 경험하게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재방문과 정상 제품 구매까지 유도한다. 버려질 재고를 새로운 고객 경험으로 바꿔낸 셈이다.



소비로 지구를 구하는 법

앱을 이용해 보면 인상적인 포인트가 또 있다.

다른 쇼핑 앱들이 ‘할인으로 얼마를 아꼈는지’를 강조할 때, 투굿투고는 “You saved the planet!”라는 메시지를 띄운다. 단순히 돈을 아낀 게 아니라 환경에 이로운 일을 했다는 의미를 더하는 것이다.


덴마크에서 시작한 투굿투고는 프랑스에서는 국민 3명 중 1명이 사용해봤다고 알려질 정도로 유럽에서는 이미 대중화된 플랫폼이다.

음식물 쓰레기와 환경 문제에 민감한 유럽에서 시작된 만큼, 의식 있는 소비자들에게 각광받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보인다.



비즈니스와 가치가 만나는 지점

결국 투굿투고의 성공 비결은 환경 보호라는 무거운 숙제를 ‘불편한 희생’이 아닌 ‘즐거운 놀이’로 바꾸어 놓은 데 있다.


누군가에게는 버려질 뻔한 재고였겠지만, 영리한 플랫폼을 거치며 누군가에겐 설레는 선물이 되는 것이다.


소비자에게는 득템의 재미를,
점주에게는 효율적인 재고 소진을,
그리고 환경 보호라는 명분까지.


어쩌면 물건은 넘치는데 소비는 위축되고, 쓰레기는 늘어나는 시대에, 리테일이 가장 영리하게 살아남는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TIP] 실패 없는 '투굿투고' 이용 팁

1. 검증된 브랜드를 노려라

개인 경험상 일반 레스토랑은 품질 편차가 커서 복불복이 심하다. 실패를 줄이려면 이미 제품력이 검증된 마트나 지역에서 쿠키, 도넛, 베이커리샵 등을 추천한다. 신선도 영향을 적게 받고 실패 확률도 낮다.


개인적으로는 텍사스 로컬 쿠키 브랜드인 ‘티프 트리트(Tiff's Treats)’를 자주 애용한다. 하나에 2-3달러에 사 먹던 쿠키를 투굿투고를 통해 8.9달러에 15~20개를 살 수 있다. 모양만 살짝 덜 예쁠 뿐 맛은 매장 정품과 똑같다. 집에 아이 친구들이 여럿 놀러 올 때 최고의 가성비 간식이다.


2. 홀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을 이용해라

집 인근 홀푸드 매장이 있다면, 마감 시간대의 홀푸드 이용을 추천한다. 이미 검증된 제품들 위주로 담겨있기 때문에 실패 확률도 낮은 편이고, 평소 비싼 가격에 망설였던 고급 델리나 베이커리 메뉴를 다양하게 시도해 보기 가장 좋다.


3. 인기 매장 광속 클릭은 필수

인기 매장은 상품 업로드 직후 1~2분 만에 매진된다. 앱 내 '관심 매장' 알람 설정은 득템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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