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불안택시

<스테르담 마음 에세이>

by스테르담

잠시 외근을 나가야 할 일이 있었다.

동료와 함께 회사 정문을 나섰다. 평소라면 앱을 통해 택시를 불렀을 테지만, 마침 대기 중인 택시 하나가 있어 그걸 잡았다. 문을 열고 인사를 하고, 목적지를 말했다.


"나는, 몰러."


당황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목적지가 좀 어렵기는 했다. 한글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단어였으니까. 그러고 보면, 한글이 우수해서인지 꽤 많은 일상의 단어들이 영어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들이 많다. 70세가 족히 넘어 보이는 어르신에게, 어쩌면 그 목적지는 외계어와 같지 않았을까. 아니, 분명 그러하였을 것이다.


결국 직접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찍어 드리고 나서야 우리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사무실에서 또 다른 외근지로는 약 40분을 가야 했다.

출발한 지 5분이 지나, 기사님의 토크쇼가 열렸다. 처음엔 젊을 때 산 아파트 이야기였고, 중반엔 아들과 딸 이야기, 후반엔 며느리에 대한 성토였다. 딸은 숨 쉴 때, 아들은 숨 안 쉴 때 필요한 것 같다며 제사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였다. 며느리에 대한 성토도 딸 하나만 낳고는 아들을 놓지 않아 대가 끊긴다는 푸념이었다.

car1.jpg


바람 빠진 풍선에서 새어 나오는 것 같은 소리로 기사님은 말을 이었다.

"내 나이가 74세야. 큰 형님은 83세에, 둘째 형님은 79세에, 바로 위 형님은 79세에 저 세상으로 갔어. 나도 이제 갈 때가 된 거지."


나와 동료는 이미 채워진 안전벨트를, 다시 확인했다.


"위 형님은 술을 좋아하셨어. 또 그게 웬수였지. 형님 딸이 시신을 확인하러 갔을 땐, 온몸이 빨갛더래. 어찌나 많이 먹었으면 그랬을까."


어떠한 대꾸나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는 우리는 그저 기사님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동시에, 우리는 어느 정도의 거리가 남았고, 목적지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았는지를 불안하고 분주하게 수시로 확인했다.




목적지가 500미터 앞을 남겼을 때, 기사님은 자꾸만 물으셨고, 우리는 자꾸만 답했다.

"다음에서 우회전인가?"
"아뇨, 다다음이요."
"이번인가?"
"아뇨, 다음이요."


택시에서 내렸을 때 우리는, 뭔지 모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사라지는 택시를 바라보며 나는 기사님의 안전운행을 빌었다. 기사님을 위해서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최근엔 노령 운전자로 인한 사고들이 잦으므로.


꼭, 안전 운전하셔야 합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요.


불안 그리고 걱정과 함께, 누구라도 붙잡고 이야기하고 싶으셨을 그 마음을 헤아리며 우리는 외근지에서의 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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