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마음 에세이>
어떤 일을 정말로 많이 했을 때, 우리는 '수백 번'이라는 표현을 덧댄다.
그 표현은 참으로 흥미롭다. '백'이라는 수치가 들어가 있지만, '수'라는 말이 더해지면서 정량이 아닌 정성의 표현이 된다. 정확한 수치나 계수가 아닌 일종의 '양'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많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그걸 안다. 설령, 정말로 백번이 되지 않더라도 서로는 그것을 용납한다. 때로는 나도 조금은 과장하기 위해 그 표현을 쓰니까.
그런데, 비행기에 있어서만큼은 '수 백번'이라는 표현은 정말이다.
그만큼 나는 비행기를 많이 타왔고, 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어렸을 때 세계를 누비는 비즈니스맨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꿈'이라고도 하고, '로망'이라고도 한다. 오른쪽으로 기운 고개와 어깨 사이엔 전화기가 있고, 왼손으론 캐리어를 끌며 매끄러운 공항 복도를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 이렇게 보면 나는 환상, 꿈 그리고 로망을 모두 이룬 사람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꿈을 이룬 사람은 그게 꿈인지 모른다. 때론, 그것을 경시하기까지 한다. 이미 이룬 것은 더 이상 로망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상했던 것과 오는 현실의 괴리는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그러니까 내가 꿈꿨던 그 모습이, 내가 바라던 것과는 다른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사람의 욕심엔 끝이 없지 않은가.
더 빨리, 더 높이 올라가고 싶다는 욕망이 이룬 것들에 대한 낭만을 용납하지 않는다.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마음은 더 조급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에 오늘도 스스로를 다그친다.
그런 몸과 마음을 이끌고 비행기를 타면 노곤함을 느낀다.
탑승과 이륙 사이. 어쩌면 이때가 삶의 모든 걸 잠시 잊을 수 있는 때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고. 잠시 일을 놓아도, 가족들과 떨어져 있어도 그 누구도 뭐라 할 사람이 없는 무중력과 같은 평온함.
탑승하기까지 얼마나 고달픈 일이 많았나.
티켓팅과 보안 검문은 삶의 먼지 같은 단편이다. 주마등처럼 과거를 돌아보다 나는 잠든다. 그게 그렇게 달다. 땅에서 바퀴가 떨어질 때의 이질감은 잠시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그 달콤함을 멈출 순 없다.
그러다 잠이 깨면, 긴 비행시간의 피곤함을 감내해야 한다.
다시 현실의 페르소나를 뒤집어쓰고 도착지까지의 거리를 가늠하고, 도착지에서 해야 할 일들을 주섬주섬 챙긴다.
하늘을 나는 건 인류의 꿈이었다.
이젠 더 이상 꿈이 아닌 일이 되었다. 우리네 삶이 그렇다. 꿈꾸면 이루고, 이루면 꿈이 아니고. 그래서 발전하고, 그래서 고꾸라진다.
사람의 마음은.
나의 마음은.
참으로 재미있는 변덕이다.
그냥, 다시 잠이나 자야겠다.
수백 번 반복되는, 불 꺼진 비행기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