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리를 해보자. 참, 먼 길을 왔으니 오늘은 두고 보는 걸로.
좌 철제장, 우 브로잉 부스 되시겠다.
검은색 바카라장으로 만든 커피 전용 공간을 만들고 나서,
맞은 편 벽에 스테인레스 장을 들였다.
에헴.
드디어 스테인레스 장이 도착했다.
무인양품은 정말 배송이 오래 걸린다. 그만큼 기다렸다는 말이다.
평생 소원 중의 하나였다.
이번 생에는 이루지 못할 일이라고도 생각했다.
소원 성취!
하루 종일
철제 장 앞에서
화분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냄비를 올렸다가
내렸다가
손으로 쓸어보다가
그러고 있었다.
풍수지리 사상에 그런 것이 있다.
기운이 부족한 부분에 석탑 같은 것들을 세워서 기운을 보충하는 것을 비보사상이라고 한다.
그런 일종이다.
주방으로 가는 통로에
좌측에는 스테인레스 장이 반짝이고,
우측에는 검은 철제 바카라장이 무게를 잡고 있다.
풍수의 명당으로 인정.
굿.
좋은 기운이 모이는 두 탑의 사이에서
나는 매일 아침 핸드드립을 한다.
하아. 이렇게 좋을 줄이야.
사족
평생의 소원 성취를 하게 된 이유는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세일을 하고 있어서다.
완전 우연으로 기회를 잡았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
평생의 소원을 성취하게 해준 것은
운명도,
우주의 기운도 아닌
무인양품의 할인 행사였다.
풍수 명당의 조성은
무인양품의 가격 정바카라과
릴리의 인내심이 공동으로 완성한 사업이다.
노스페라투 왕립 몽계문서청 공식 기록에 남겨야겠다.
사건명: SUS 선반 강림.
발생 원인: 파격 할인.
피해 상황: 하루 종일 선반 앞에서 서성임.
예상 결과: 브루잉 부스 주변의 풍수적 안정성에 대한 지속적인 자평.
최종 판정: 소원 성취.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