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잉/그라인더, 말코닉 X64 SD 비교

가격대가 위험하다. 주의!

bystephanette

브루잉용 그라인더 세 개를 비교해 보자


Fellow Ode Gen 2 / Timemore Sculptor 078 / Mahlkönig X64 SD


브루잉용 그라인더를 찾다가 여기까지 왔다.

처음에는 펠로우 오드 2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타임모어 스컬프터 078이 보였고, 80만 원쯤 올라가니 말코닉 X64 SD도 같은 가격대에 들어온다. 에스프레소를 내릴 생각을 안 하면 타임모어 스컬프터 078S는 필요 없다. 브루잉용 078과 에스프레소 포함인 078S는 40만 원 차이가 난다.

그래, 에스프레소 머신은 안 쓰는 걸로 한다. 과연.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브루잉만 한다면, 말코닉도 고려 대상으로 들어온다. 아, 위험하다.

흠.

그런데 셋을 비교해 보니 애초에 태어난 목적부터 다르다.


펠로우 오드 2, 타임모어 스컬프터 078, 말코닉 X64 SD는 가격대가 일부 겹치지만 애초에 지향점이 다르다.
스크린샷 2026-10-08 104422.png펠로우 오드 2 / 펠로우 공식 홈페이지

펠로우 오드 2는 온전히 브루잉 전용 그라인더다.
64mm 플랫버를 사용하고, 에스프레소 분쇄는 하지 않는다. 푸어오버와 드립, 프렌치프레스, 콜드브루 같은 브루잉 영역에 집중한 모델이다. 분쇄 조절은 31단계다.

순정 Gen 2 Brew Burr는 극단적인 분리감만 노리기보다는 단맛과 바디를 어느 정도 남기면서 깔끔한 컵을 만드는 균형형에 가깝다. 기본 버를 충분히 사용한 뒤 더 높은 향미 분리와 투명함을 원하면 SSP MP 같은 64mm 버로 교체할 수도 있다.

가격은 신품 기준 대략 50만 원 대지만 중고가는 훨씬 낮다. 중고가가 20만 원대 중반이라면 브루잉용 플랫버 그라인더를 경험해 보기에는 꽤 매력적이다. 그 정도 가격이 나오기를 기다릴 수는 있다. 정품이라면 충분히 오래도 가능하다. 내가 원하는 화이트는 신품이 60만 원선.

스크린샷 2026-10-08 104248.png타임모어 스컬프터 078/ 타임모어 공식홈페이지

타임모어 스컬프터 078도 브루잉 전용이다.

사악하다. 브루잉 전용을 80만원대에 판매하면, 비교 대상 내로 들어와버린다.

범용인 078S은 120만원대. 브루잉 전용이 없었으면 이 모델은 있는지도 몰랐을거다.
주의할 점은 078과 078S가 다르다는 것이다. 078S는 에스프레소까지 사용할 수 있는 올라운더이고, 078은 필터 커피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078mm Turbo Burr를 사용한다. 미분을 줄이고 비교적 균일한 입자 분포를 만드는 쪽에 초점을 둔다. 특히 약배전 스페셜티, 향미 분리, 깨끗한 후미를 보고 싶을 때 흥미로운 모델이다.

또 800~1400 rpm 사이에서 회전수를 조절할 수 있다. 원두나 추출 방식에 따라 RPM까지 바꾸며 분쇄 특성을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단순히 커피를 가는 기계라기보다 분쇄 자체를 하나의 변수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비에 가깝다.

가격은 대략 80만 원 선.


image.png말코닉 X64 SD / 말코닉 공식 홈페이지

말코닉 X64 SD는 성격이 다르다.

원두 잔량을 극도로 줄인 싱글도즈 구조다.

이점이 너무 매력적이다. 나는 하루에도 여러가지 원두를 마신다.
64mm 특수강 플랫버를 사용하는 싱글도즈 그라인더이고, 에스프레소부터 브루잉, 프렌치프레스와 콜드브루까지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

분쇄 조절은 스텝리스다. 에스프레소처럼 아주 미세한 차이가 중요한 영역에서 특히 유리하다. 브루잉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애초에 필터 커피에만 집중해서 만든 제품은 아니다.

그래서 X64 SD의 가장 큰 장점은 브루잉의 절대적인 우위라기보다 범용성이다. 에스프레소 머신과 핸드드립에 그라인더 하나만 사용하고 싶다면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다.

가격은 역시 80만 원 안팎이다.


오드 2는 브루잉 전용의 합리적인 시작점.
스컬프터 078은 브루잉에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한 필터 특화형.
X64 SD는 에스프레소와 브루잉을 모두 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고급 올라운더.


내가 브루잉용 그라인더만 따로 찾는다면, 말코닉의 장점인 에스프레소 범위에 돈을 쓸 이유는 줄어든다.

그러면 선택지는 묘하게 두 개로 좁혀진다.


중고 오드 2 30만 원선.
혹은
스컬프터 078 80만 원.


브루잉용 플랫버의 세계에 저렴하게 들어가 볼 것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78mm 필터 특화 버까지 갈 것인가.


흠.

그라인더 하나 찾고 있었을 뿐인데 또 갈림길이다.

딱히 그라인더를 기변 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그냥 보는 중이다.

유행이 지나간 아이들 중에서 좋은 녀석을 보고 싶다가

영 새로운 아이들을 구경하고 있다.


오드2 중고 사고 3개월 테스트한 뒤 필요하면 078로 기변.
078로 바로 갔다가 맘에 안들면 보내주기.

오드 2도 궁금하긴 하다.


브루잉을 한다고 해놓고선
약배전 스페셜티 커피에 맞는 기기들을 구경 중이다.


차라리 원두에 돈을 써야 할까.

모르겠다.

당분간은 둘러보는 걸로.




상세비교


1. Fellow Ode Gen 2

가장 성격이 분명하다.

브루잉만 한다.

제조사부터 에스프레소용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64mm 플랫버와 모터, 분쇄 범위 자체를 드립·침지식 브루잉에 맞췄다. 푸어오버, 드립, 프렌치프레스, 콜드브루 등을 대상으로 만든 기계다.

순정 Gen 2 Brew Burr의 설명도 재미있다.

극단적인 투명함만 추구하기보다는 단맛과 바디를 살리고, 충분한 clarity를 확보하는 균형형이다. Fellow는 공식적으로 sweet, balanced, complex cup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약배전 게이샤만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 다크 로스트도 마시고, 초콜릿과 캐러멜 같은 질감과 단맛도 좋아한다면 꽤 범용적인 브루잉 버다.

그리고 나중에 맛의 분리감을 더 원하면 64mm SSP MP 버를 넣을 수도 있다. Fellow가 SSP MP 버의 성격을 아예 extreme clarity and flavor separation이라고 구분해 놓았다.

즉,

오드 2 순정 → 충분히 사용 → 더 투명한 컵이 필요하면 SSP MP.

업그레이드 루트가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2. Timemore Sculptor 078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브루잉 환자의 냄새가 난다.

주의할 점.

078과 078S는 다르다.

078S는 에스프레소까지 가능한 모델이고, 지금 보는 078은 푸어오버 중심 브루잉 전용 모델이다.

78mm Turbo Burr를 사용한다. Timemore는 이 버를 푸어오버에 집중해 설계했고, 높은 입자 균일도와 낮은 미분 발생을 특징으로 설명한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RPM.

800~1400 rpm 사이에서 회전수를 바꿀 수 있다.

원두와 추출법에 따라 회전수를 바꿔가며 입자 분포를 가지고 놀 수 있다. 400W 모터, 78mm 버, 싱글도징 구조에 rotary knocker까지 붙어 있다.


오드 2가 좋은 브루잉 전용 그라인더를 간결하게 쓰자라면,
078은 조금 더 분쇄라는 변수 자체를 가지고 놀아보자 쪽이다.

그리고 내 관심사인 약배전 스페셜티, 향미 분리, 미분 감소 쪽으로 간다면 세 모델 가운데 설계 목적이 가장 노골적으로 그쪽이다.


3. Mahlkönig X64 SD

말코닉은 방향이 다르다.

이것은 브루잉 전용 상위기가 아니다.

에스프레소부터 프렌치프레스와 콜드브루까지 한 대로 처리하도록 만든 올라운드 싱글도즈 그라인더다.

64mm 특수강 플랫버, 스텝리스 분쇄 조절, 벨로우, 싱글도징, 저잔량 구조를 갖추고 있다. 말코닉 공식 설명에서도 에스프레소부터 필터, 콜드브루까지를 분쇄 범위로 명시한다.

국내 현재 가격은 대략 84만 원 정도이고 카드 조건에 따라 80만 원 아래로도 내려간다.


재미있는 것은 이 가격이면 타임모어 078과 거의 겹친다는 점.

자동차를 사러 갈 때에도 이런 게 문제다.

관심 없던 차량도 가격대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것.


에스프레소도 한다 X64 SD.
브루잉에 집중한다 Sculptor 078.


말코닉이라는 이름 때문에 X64 SD가 무조건 브루잉에서도 078이나 Ode2보다 상위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말코닉이 X64 SD에 준 역할은 애초에 범용성이다.


셋을 다시 놓고 보자

오드 2는 브루잉 전용 기본기.

64mm 플랫버. 단맛과 바디를 너무 잃지 않으면서 깔끔하게. 에스프레소는 포기한다.


스컬프터 078은 브루잉 특화.

78mm Turbo Burr. 낮은 미분과 높은 균일도를 적극적으로 노리고 RPM까지 바꾸면서 논다. 약배전 스페셜티와 푸어오버 쪽이라면 가장 흥미롭다.


말코닉 X64 SD는 고급 올라운더.

64mm 플랫버와 스텝리스 조절로 에스프레소에서 브루잉까지 전부 한다. 가찌아와 핸드드립을 그라인더 하나로 통합한다면 셋 중 당연히 이쪽이다.


그래서 내 경우에는 묘해진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이미 있고,
이번에 찾는 것은 브루잉용 그라인더다.

그렇다면 말코닉의 가장 큰 장점인 에스프레소 범위에 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오드 2 중고가가 25만 원쯤이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25만 원의 Ode2와 80만 원의 078.

이건 어느 것이 더 좋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25만 원으로 브루잉용 플랫버의 세계에 들어갈 것인가.
80만 원으로 처음부터 필터 특화 78mm까지 갈 것인가.

이것이 문제로다.


아.

펠로우로 들어왔다가

더 상위 버전을 보고 있다.

이런,

그라인더를 찾고 있었을 뿐인데
또 세계가 하나 열렸다.

이런.


78mm Turbo Burr와 RPM을 보니까

갑자기 신났다.


조금 더 들어가보자.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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