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리스 주방 도구들

아주 애정한다. 한 번 사면 평생을. 아니, 대를 물려가며 쓸 수 있다.

bystephanette

싱크대의 높이가 맞지 않아서 허리가 아프다.

그냥 설거지가 하기 싫다는 말은 아니다.

아니, 맞다.

가끔은 아주 좋지만,

또 가끔은 귀찮다.


이케아에서 싱크대를 맞추면, 내 키에 높이를 맞출 수도 있다.

주문하고 조립하는 것이 귀찮다.

한동안 꽤 신나게 재미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귀찮음이 더 크다.

벽체의 주방 타일들을 뜯어내는 것만이면 시도를 해보겠으나.

특이하게도 우리 집 주방은 타일을 붙이기 전에 이미 얇은 벽이 한 겹 더 있다.

그러니 원하는 사이즈의 싱크대를 들이려면 그 벽도 뜯어야 한다.

흠. 공사 사이즈가 크다.

그런 것이 아니었으면 혼자서 공사를 이미 하고도 남았다.

그렇다고 딱히 대단하게 바뀔 것도 아니다.


미감을 줄이고 흐린 눈으로 부엌을 보자.

싱크대 수납장에 맞춰서 물건을 줄이자.

그러고 살았다.


젠장, 그러기엔 스테인리스 냄비들이 눈을 반짝이며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안 하던 걸 하기로 했으니 스테인리스 장에 같은 금속의 아이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오픈장에 반짝이는 아이들이 먼지가 쌓이지 않게 관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싱크대를 조립하는 것을 포기하고

철제 장을 주문했다.

기다리는 중이다.


너무나도 이쁘게 꾸밀 자신은 있다.

그러나 관리를 하려면 신경을 꽤 써야 한다.


실은 신경을 쓰기 위해 들이는 오픈장인지도 모른다.


단독주택에 사는 것이 로망이다.

그러지 않으면 삶이 무료하다.

그러니까 아파트보다 수십 가지 일들이 늘어나는 그 번거로움을 기꺼이 하기 위해서

단독주택에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리스트를 작성 중이다.

단독주택에 살면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유럽 땅장미를 심는다.

월별 개화 시기를 바통터치 할 수 있는 꽃화분들을 정원에 심는다.

잔디까지는 원치 않는다.

무화과나 레몬 같은 과실수를 심는다. 월동을 하게 될지는 찾아봐야 알겠지만.

10월이니 내년 봄을 위해 구근들을 심는다.

미칠 듯이 어여쁜 정원이 되겠군.

행복한 상상이다.


그런 상상을 하면서

철제 장을 기다리는 중이다. 행복하군. 쩝.


사족

"엄마, 싱크대는 어디 갔어?"

"응. 뜯었어."

"왜?"

"싱크대가 4cm 낮아서."

이런 대화를 하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옅은 베이지 톤의 집성목과 스테인리스로

다시 채워넣을지도 모른다.


사족 2

현재 스코어

검고 거대한 냉장고 측면에 검은 철제 바카라장을 붙여서 세워뒀다.


"아무래도 옆으로 돌리는 것이 나을까?"

"그러게."

2호가 아침을 먹다가 대답했다.

"그러게 그게 더 편하긴 할텐데"

"응"

"검은 벽에 검은 바카라장이 더 이쁜데."


비어 있는 채로 아직 위치를 정하지 못했다.

며칠 더 두고 보는 걸로.


바카라장 방향을 틀면

바카라장 뒷면이 옅은 은회색의 실크 벽지가 된다.

블랙으로 바꾸고 싶어졌다.


마음 같아서는 고재 티크목을 붙이고 싶지만 비싸다.


무광 블랙의 원목 결이 살아있는 벽지와 시트지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목공을 살짝 해서 석고보드 2T 정도를 대는 편이 더 이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살짝.

공사가 커질지도.


철제 바카라장 만한 공간에 가벽을 치고 블랙으로 내부를 마감하고 싶다.

핀조명 필수.

색온도는 너무 차갑지 않게 3000K~3500K 정도가 커피랑 잘 맞다.

사진 인화실 같은 나만의 브루잉 공간이다.

철제 바카라장 자리에, 블랙으로 마감한 작은 암실 같은 브루잉 부스.

흠. 넣어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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