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음기록
이 원두도 처음이다.
아마 블루보틀 커피점에서 마셨을지도 모르지만, 친구들과 산바카라 중이라 거기 정신이 팔려서 기억이 안 난다.
"너무너무 맛있다"였다.
블루보틀 정말 애정한다. 혼자서 갈 생각은 없다.
내 주변 사람들은 거의 홍차나 허브티 쪽이다. 아니면 보이차나.
그러니까 중국식 찻집 같은 곳에서 하루 종일 놀아도, 카페는 안 간다.
슬픈 건가 좋은 건가 잘 모르겠다.
그라인더 엔코 6.5~7.0 / 자이언트 스텝스 20g /
스테인리스 "에어필터" - 서버 사이즈가 안 맞아서 손으로 들고 내리고 있다.
나름 재미는 있으나 좀 불쌍 모드다.
200g 정도 내렸다.
무게는 정확지 않다.
나의 아끼던 저울은 어디로 간 걸까.
아마 아이들이 베이킹한다고 밀가루가 묻은 채로 2호 방 어딘가에서 방황 중일 것이다.
주문한 핸드드립용 저울은 아직 도착 전이다.
브루잉은 거의 내 마음속의 저울로 내리고 있었다. 맘 내키는 대로.
어쨌든, 처음 시음은 뭔가 매일 먹는 익숙한 밋밋함이다. 무슨 맛인지 모름.
잠이 덜 깨서 그럴지도 모른다.
새벽 3시인가 2호가 배가 아프다고 해서
약을 먹이고 물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담으려고 기다리면서 거실 소파에서 졸고 있었다.
태양광 조명은 밤새 반짝이더니 꺼져있었다. 켜 있었나. 모르겠다.
지금도 거의 비몽사몽이다.
"묵직하고 낮다."
저음이 좋은 원두다. 자이언트 스텝스는
확실히 첼로나 콘트라베이스 쪽이다.
익숙하게 낮게 깔려서 기대어도 될 것 같은.
가수를 했다. 150g 정도.
와~ 멋지다. 깔끔한 커피다.
단맛이 직선으로 주욱 이어진다. 뭉쳐있던 맛이 확 풀린다.
설탕의 단맛보다 둥글둥글하다.
그렇다고 흑설탕의 당밀같이 짙은 것도 아니다.
부드럽고도 둥글게 다듬어진 설탕의 단맛. 구운 설탕.
20g보다 원두가 더 들어갔나 보다.
산미가 낮고 묵직하게 한 덩어리로 있던 맛이
가수를 하자 깔끔하면서도 일정한 단맛을 확실하게 길게 보여준다.
일부러 진하게 내린 것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그랬다.
가수를 하니 정말 멋진 매력을 발산한다. 화려하고 풍부한 쪽은 아니다.
달콤하지만 낮은 향이 깔린다. 뭔지 잘 모르지만 아주 좋은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는 가수하지 않은 진한 커피를 더 좋아한다.
그런데 이 녀석은 예외다.
길게 이어지는 단맛 때문에 이 녀석은 가수를 한 쪽이 훨씬 더 좋다.
유에프오 필터와 브루잉용 저울을 기다리는 중이다.
하리오 v60은 살 생각이 없다. 이미 오래 전에 많이 갖고 놀았다.
가이드를 따라
재미나게 놀 생각이다. 그러기엔 적당한 도구들이다.
맛의 선명도를 올려보자. 기대된다.
결론
엔코 7, 스테인리스 필터,
적시고 35초, 천천히 가운데 둥글게 핸드드립. 200ml.
시음하고,
가수 150ml.
묵직하다.
깨끗하고 둥그런 단맛. 길게 남는 여운. 굿.
옅고 달달한 향이 방 안 가득 고였다.
잠은 덜 깼다.
사족
에센스 스틱과 피우는 향, 향초는 아침에는 자제 중이다.
풍성하고 화려한 핸드 크림도.
향이 나는 모든 것들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저녁 시간으로.
아침에는 관상용으로 써보도록 하자.
이렇게 희생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