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키보드를 샀다. 와우! / 프리플로우 archon AK68
그래서,
물욕이 넘쳐나게 되었다.
무선키보드는 사용하지 않는다. 온라인 게임에서라면 모를까.
별로 관심이 없었다.
물건에 애정을 쏟으며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래서 기계식 키보드를 구경했다.
내가 관심이 없던 사이, 가격이 정말 많이 싸졌다. 특허라도 풀렸는지도.
독거미를 찾아보다가
색이 마음에 안 들었다.
기능이 조금 부족한 것은 디자인으로 용서할 수 있다. 내 취향이다.
잘생긴 남자라면 많은 것들이 용서된다. 이것도 내 취향이다.
그렇다고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얼굴을 보면 지나간 일은 잊어먹는다는 말이다.
아, 건망증이 심한건가.
새벽에 눈을 떴다.
2:00.
잠이 안 온다.
대문을 열었더니, 기다란 택배가 와 있다. 뭘까?
아, 키보드다!
내가 산 키보드 사양이다.
프리플로우 archon AK68 DualDial / 공식 홈페이지 기준 69,900원.
108 키 풀배열
유선 / 2.4 GHz 무선 / 블루투스 5.0 3가지 연결 방식
블루투스 최대 3대 멀티페어링
8,000mAh 배터리
듀얼 다이얼 / 왼쪽: 웹페이지 위·아래 스크롤, 클릭 시 재생·일시정지/오른쪽: 볼륨 조절, 클릭 시 음소거
QMK/VIA 지원 — 키 기능, 매크로, LED, 듀얼 다이얼 기능까지 커스터마이징 가능
PBT 이중사출 키캡 / 체리 프로파일
개스킷 마운트, 다층 흡음 구조
핫스왑 지원
RGB/측면 LED 효과
Windows / Mac 전환 지원
사용하지 않을 때 덮어둘 수 있는 투명 먼지 방지 커버
색상은 바나나 라테로 선택했다.
그래, 이 색상을 알지 못했다면 프리플로우가 아니라 독거미로 샀을 것이다.
화이트에 이런 크림 같은 연노랑이라니,
심지어 오색 불빛이 은은하게 반짝인다. 아주 고급지다.
게임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비주얼이다.
그러나 나는 게임은 하지 않는다.
스위치는 저소음 디딤돌축.
미친 타건감이다.
리니어 타입이고 키압은 약 43g, 팩토리 윤활이 되어 있다.
완전히 먹먹한 저소음축보다는 저소음과 일반축 사이를 노린 스위치라,
소리는 얌전한데 눌렀을 때의 탄성과 복귀감이 살아 있다.
반발력도 아주 마음에 든다.
처음에는 경해축을 사고 싶었으나 이 모델의 옵션에는 그런 것은 없다.
축이 이렇게 다양할 줄이야.
뭔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이름의 축들이 엄청나게 많다.
"흡혈귀 황국의 릴리시카 축" 이런 것이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듀얼 다이얼에는 관심도 없었는데 위아래 스크롤이 가능하다.
매우 빠르게 스크롤이 가능하다. 오오오오
투명하게 반짝이는 먼지 커버,
축과 화이트 키 여분도 준다.
진짜 좋은 세상이다. 이런 호사스러운 삶이라니.
100점 만점에 20,000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노트북은 백스페이스 버튼 바로 위에 Del 키가 있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
키보드는 그 자리에 'F12 버튼'이 있다. 이런.
이 글을 쓰면서도 계속해서 펑션키로 개발자 도구 화면을 열고 있다. HTML/CSS 구조는 궁금하지 않은데 말이다. 브라우저의 'F12'는 이런 거였군. 별로 알고 싶지는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손이 먼저 간다.
나의 손은 'Del' 키를 못 찾는다. 언제 고치게 되려나.
100% 키보드 - 108 키 풀배열을 샀더니
노트북과 문자와로 서로 사맛디 아니한다.
나는 평소에 풀배열 키보드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선택한 것이다.
이런. 노트북과 동일한 것으로 샀어야 하는 것인가.
내 무의식이 키보드 호환을 못하다니,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지점이다.
어쨌든,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해 보려고 글을 쓰고 있다.
손가락이 광속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이런 쾌감이라니.
현생에 관심 없다는 건 취소다.
나는 물욕이 넘쳐나고 있었다.
이렇게 좋을 데가.
미친 듯이 행복하다.
찐!! 인정!!
내가 원하는 키보드를 사게 될 줄이야. 그것도 무선 기계식으로다가. 와우.
이 키보드는 영원 무궁히 모시고 살게 될 것 같다.
어쩌면 나의 행복은 손끝의 감각에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건의 수보다 접촉의 질이 중요하다.
아,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