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초대된 자리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점점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자신의 자리를 보는 것은 슬픈 일이다.
톱날 끝처럼 쓰라리다.
늦게 초대된 자리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미 자리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자리.
페이드 아웃이라는 말이 있다.
화면이 천천히 어두워지면서
장면이 사라지는 것.
관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대화가 짧아지고
목소리가 피곤해지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가 많아지고,
그래서 함께 하는 시간은 줄어든다.
아프다고 한다.
바쁘다고 한다.
일찍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날
알게 된다.
내 자리가 사라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끝났다는 말은 없었다.
그래서 더 오래 있었다.
취해서 땡깡을 부려보기도 한다.
자리를 내놓으라고 화를 내고 싶기도 하다.
아직 불이 꺼지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나 화면은 이미
천천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지쳐버린 피곤한 목소리를 듣는 것은
슬픈 일이다.
점점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자신의 자리를 보는 것은 슬픈 일이다.
만나자고 해봐도 답이 없으면,
그것이 반복되면,
이미 많은 것이 사라진 뒤다.
그래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이라도 가지고 싶었던 것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그 과정에서 더 선명하게 알게 되기도 한다. 얼마나 사라져버렸는지.
쓰라리다.
초대는 다 같은 초대가 아니다.
다음에는
조금 일찍 알아차리고 싶다.
늦게 초대된 자리에도 가지 않고
조명이 꺼지는 자리에서도
오래 앉아 있지 않을 것이다.
지나가는 길에 갑자기 들은
가벼운 초대에
기뻤는지도 모른다.
초대에도 무게가 있다.
초대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자리는 처음부터
없었을 수도 있다.
늦게 알았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