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져라. 나만의 주술은 냉동실에 보관 중이다.
새벽,
구름이 형광분홍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런 여명이라니.
멋지다.
순간순간 짙어지는 색감을 보고 있었다.
매일 두 번, 완전히 새로운 색감으로 하늘은 물든다.
이렇게 감사할데가.
요즘 손이 많이 가는 요리를 하고 있다.
일상에 안착을 하는 중이라고 하자.
돼지껍데기가 먹고 싶었다.
생각보다 엄청 큰 포장에 놀랬다.
2kg.
어제 햇생강 한 박스를
편을 썰고 믹서에 잘 갈아서
지퍼백에 납작하게 포장하고
일 년 동안 먹을 생강을 냉동실에
차곡차곡 넣었다.
햇생강은 뽀얗고 귀엽다.
이렇게 빛나는 생강이라니.
껍질이라고 할 것도 없다.
계절마다 나오는 식재료를 만나는 일은 멋지다.
독감에 걸린 2호는 생강차를 싫어한다.
"차이라테 마실래?"
2호는 눈을 반짝이면서 관심을 보인다.
작은 스테인리스 주전자에 마살라 차이와 생강편을 가득 넣고
자작하게 물을 부어서 끓인다.
우유 거품을 내고 데운다.
향이 끝내준다.
꿀을 많이 넣고 2호에게 줬더니 아주 좋아한다. 생강이 들어갔다는 건 비밀이다.
"엄마, 향이 진짜 좋은데."
뜨거운 차이라테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다 마셨다.
"그거 마시고 독감 똑 떨어져야지."
"점심은 뭐 먹어?"
"돼지껍데기 소금구이 먹을래?"
"돼지껍데기?"
"응. 샀더니 진짜 많이 왔어."
들통에 파, 통후추, 햇생강편을 넣고
돼지껍데기를 넣고 5분~10분 정도 끓인다.
따뜻할 때 건져서 안쪽의 기름을 긁어낸다.
격자무늬로 칼집을 내거나 작게 잘라서
프라이팬에 굽는다. 소금과 후추를 뿌리고
굽는 동안 상추, 깻잎, 풋고추를 씻는다.
콩가루가 없다. 이런.
쌈장도 없다.
와사비 간장을 만들려고 했더니
2호는 초고추장을 꺼냈다.
특이하지만 생각보다 맛있다.
절반은 크리스피하게 가장자리가 바삭해지도록 굽고,
절반은 부들부들하게 굽는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돼지껍데기가 너무너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기름에 튀겨 먹어도 맛있지만,
직접 튀길 용기는 없다.
온 집안에 돼지기름이 코팅될지도 모른다.
작게 소분하고 착착착 포개서
냉동실 한켠 햇생강 옆자리에 넣어두면,
비상식량 리스트에 잘 안착할 것이다.
앞으로 먹을 식재료로 냉동실을 채워가고 있다니
정말 사소한 것들인데
심하게 행복해진다.
요즘 손이 많이 가는 요리를 하고 있다.
내일은 돼지등뼈를 사다가 감자탕을 끓여볼까.
일 년치 미래를 지퍼백에 납작하게 눌러 넣는다.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나만의 주술은 냉동실에 보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