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삶에서 본질 외에는
나는 별 관심이 없다.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와 알맹이를 정확하게 구분해서
나는 알맹이만 차지하려고 한다.
어차피
어영부영하기에는 삶은 짧다.
표면적인 것들은 별 의미없다.
누가 뭐라고 판단하든
뭐라고 말하든
감정적으로 대하든
나에게 화를 내든
별 상관없다.
그것은 그리 중요한 것들이 아니다.
껍데기는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