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반사!!

안소니와 구름이와 릴리시카와 꿀벌.

bystephanette

아침 9시 12분.

안소니가 내 방으로 들어왔다.

“릴리시카 님.”

“응.”

“창문을 닫아주십시오.”

“왜?”

“벌이 들어왔습니다.”

나는 바카라에서 눈을 들었다.

벌 한 마리가 창가를 날고 있었다.

작았다.

노랬다.

열심히 살고 있었다.

“귀엽네.”

안소니의 얼굴이 굳었다.

안소니는 귀엽다는 말을 싫어한다.

정확히는 내가 살아 있는 생명체를 향해 귀엽다고 말하는 순간을 싫어한다.

대개 일이 생긴다.

“밖으로 내보내겠습니다.”

“안 돼.”

“왜요.”

“얘 지금 일하는 중이잖아.”

안소니가 벌을 봤다.

벌도 안소니를 봤다.

나는 말했다.

“쟤 오늘 나보다 먼저 출근했어.”

“릴리시카 님은 지금 일어나셨습니다.”

“그러니까.”

안소니가 눈을 감았다.


구름이가 들어왔다.

“릴리, 좋은 아침이에요.”

“구름아.”

“네.”

“새 직원 왔어.”

구름이가 벌을 봤다.

“오.”

안소니가 말했다.

“직원이 아닙니다.”

구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직인가 보네요.”

“벌입니다.”

“직종을 물은 건 아니었어요.”

안소니가 구름이를 봤다.

구름이는 아주 친절하게 웃었다.

안소니는 그 미소를 싫어한다.

저 미소 다음에는 반드시 행정적인 재앙이 온다.

나는 벌을 가리켰다.

“얘 이름은 꿀벌.”

안소니가 말했다.

“벌의 이름을 벌이라고 지으신 겁니까?”

“정확하잖아.”

구름이가 감탄했다.

“정보 접근성이 훌륭하네요. 처음 보는 사람도 직업을 바로 알 수 있어요.”

“…….”

“안소니 씨도 이름을 수행비서로 바꾸실래요?”

“싫습니다.”

“그럼 자유의지가 확인됐네요.”


꿀벌은 바카라상 위에 앉았다.

내 에스프레소 잔 가장자리를 걸어 다녔다.

안소니가 즉시 컵을 치웠다.

“위생상 안 됩니다.”

나는 말했다.

“얘가 화났어.”

“벌의 표정을 어떻게 아십니까.”

“느낌.”

구름이가 꿀벌 가까이 얼굴을 가져갔다.

“저도 화난 것 같아요.”

안소니가 말했다.

“두 분 모두 뒤로 물러나십시오.”

그 순간 꿀벌이 날았다.

안소니가 얼었다.

꿀벌이 안소니의 어깨에 앉았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구름이가 속삭였다.

“합격하셨네요.”

“무슨 합격입니까.”

“면접.”

“제가 왜 벌에게 면접을 봅니까.”

“이미 봤어요.”

안소니의 턱이 굳었다.

나는 말했다.

“얘가 너 마음에 든대.”

“근거가 무엇입니까.”

“안 쐈잖아.”

구름이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굉장히 높은 평가네요.”

안소니는 188cm의 몸으로 아주 조용히 절망했다.


11시.

안소니가 서류 한 장을 가져왔다.

제목이 있었다.

왕궁 내 곤충 출입에 관한 임시 지침

나는 읽지 않았다.

“싫어.”

“아직 읽지도 않으셨습니다.”

“제목이 재미없어.”

구름이가 서류를 가져갔다.

“제가 읽어드릴게요.”

“읽지 마십시오.”

구름이는 읽었다.

“제1조. 왕궁 내부에는 허가받지 않은 곤충의 출입을 제한한다.”

나는 말했다.

“허가해.”

안소니: “안 됩니다.”

“왜?”

“위험합니다.”

“꿀벌이?”

“쏠 수 있습니다.”

나는 꿀벌을 봤다.

꿀벌은 꽃병 위에서 꽃가루를 털고 있었다.

“안소니도 화나면 쏠 것 같은데.”

구름이가 바로 적었다.

제1조 수정안. 안소니 포함.

“지우십시오.”

“기록은 역사예요.”

“지우십시오.”


문제는 오후 1시에 발생했다.

꿀벌이 사라졌다.

안소니가 좋아했다.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나는 알았다.

“너 지금 좋아하지.”

“아닙니다.”

“좋아해.”

“업무가 정상화되어 안도하고 있을 뿐입니다.”

구름이가 말했다.

“좋아한다는 뜻을 14자로 늘리셨네요.”

그때 왕궁 비상벨이 울렸다.

우리는 모두 멈췄다.

안소니가 뛰어나갔다.

나도 따라갔다.

구름이도 따라왔다.

“릴리, 천천히 가세요. 넘어지면 왕국 재정이 흔들려요.”

“왜?”

“제가 슬퍼서 일을 안 할 거예요.”

“너 해고.”

“퇴직금 감사합니다.”


비상벨은 왕실 회의실에서 울리고 있었다.

문을 열었다.

대신 열두 명이 벽에 붙어 있었다.

가운데 꿀벌이 날고 있었다.

나는 말했다.

“뭐해?”

재무대신이 소리쳤다.

“폐하! 저것을 치워주십시오!”

“얘 꿀벌인데.”

“압니다!”

“똑똑하네.”

안소니가 앞으로 나갔다.

“모두 움직이지 마십시오.”

구름이가 내 옆에서 속삭였다.

“릴리.”

“응.”

“지금 이 방에서 제일 작은 생명체가 권력을 독점했어요.”

나는 둘러봤다.

열두 명의 대신.

한 명의 수행비서.

한 명의 집사.

한 명의 흡혈귀.

그리고 벌 한 마리.

“그러네.”

“정치학적으로 흥미롭네요.”

꿀벌이 재무대신 쪽으로 날아갔다.

재무대신이 비명을 질렀다.

“살려주십시오!”

구름이가 말했다.

“재무예산 12% 삭감에 동의하시면 제가 설득해볼게요.”

재무대신이 구름이를 노려봤다.

“지금 협박하는 겁니까?”

“벌이 하고 있는데요?”

나는 벽을 짚고 웃었다.


안소니가 창문을 열었다.

“이제 나가게 두십시오.”

꿀벌은 나가지 않았다.

안소니이마에 아주 작은 혈관이 나타났다.

“왜 안 나가는 겁니까.”

내가 말했다.

“근무시간이잖아.”

“고용한 적 없습니다.”

“아까 면접했잖아.”

“제가 면접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합격했고.”

“누가 누구에게 합격한 겁니까.”

구름이가 대답했다.

“그 부분이 굉장히 현대적이에요.”

안소니가 구름이를 봤다.

구름이는 입을 다물었다.

3초 동안.

“안소니 씨.”

“왜요.”

“꿀벌보다 직급 낮으신 것 같아요.”

“나가십시오.”


오후 3시.

꿀벌에게 공식 직바카라이 생겼다.

왕실 생태환경 특별고문.

안소니는 결재하지 않았다.

내가 했다.

안소니가 말했다.

“특별고문이 무슨 일을 합니까.”

“모르지.”

“업무가 없습니까?”

“있어.”

“무엇입니까.”

“날아다녀.”

안소니가 천장을 봤다.

그는 신을 찾고 있었다.

흡혈귀인데.


오후 4시.

구름이가 작은 명패를 만들었다.

HONEYBEE
Royal Environmental Advisor

꿀벌 바카라상도 생겼다.

성냥갑 크기였다.

나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안소니는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바카라상은 누가 만들었습니까.”

“제가요.”

“언제요.”

“점심시간에요.”

“왜요.”

“조직문화 개선.”

“벌에게 조직문화가 왜 필요합니까.”

구름이가 진지해졌다.

“안소니 씨.”

“예.”

“신입 직원의 온보딩을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 돼요.”

“벌입니다.”

“그런 식으로 종을 이유로 차별하시면 곤란해요.”

안소니가 말문이 막혔다.

나는 소파에서 굴렀다.


오후 5시.

꿀벌이 내 머리 위에 앉았다.

안소니가 말했다.

“가만히 계십시오.”

“왜?”

“쏠 수 있습니다.”

구름이가 말했다.

“릴리, 움직이지 마세요.”

“응.”

“제가 사랑합니다.”

“갑자기?”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까요.”

“너부터 쏘라고 할 거야.”

“사랑을 철회합니다.”

꿀벌이 날았다.

구름이의 이마에 앉았다.

정적.

내가 말했다.

“My honeybee, come and get this pollen.”

구름이가 눈만 움직여 나를 봤다.

“릴리.”

“응.”

“지금 그 문장을 이 상황에서 쓰시면 제가 굉장히 곤란해져요.”

안소니가 물었다.

“무슨 뜻입니까?”

구름이: “모르셔도 됩니다.”

“설명하십시오.”

“안 됩니다.”

“왜요.”

“왕국의 품위가 무너집니다.”

“이미 무너졌습니다.”

나는 바닥을 쳤다.


그 순간 꿀벌이 구름이의 이마에서 날아올랐다.

창문으로 향했다.

나는 손을 흔들었다.

“잘 가!”

꿀벌은 창문 앞에서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다시 들어왔다.

구름이가 말했다.

“퇴근 거부네요.”

안소니가 말했다.

“창문을 닫겠습니다.”

“왜?”

“야근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모두 안소니를 봤다.

안소니도 자신이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긴 침묵.

구름이가 천천히 박수를 쳤다.

“축하드립니다.”

“무엇을요.”

“드디어 직원으로 인정하셨네요.”

안소니의 얼굴이 죽었다.

나는 말했다.

“안소니.”

“……예.”

“무지개 반사.”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미리.”

“그런 반사가 어디 있습니까.”

구름이가 말했다.

“선제적 무지개 반사네요.”

“두 분 다 그만하십시오.”

꿀벌이 안소니 머리 위를 한 바퀴 돌았다.

구름이가 말했다.

“부장님 말씀 들었죠?”

나는 물었다.

“누가 부장인데?”

구름이가 꿀벌을 가리켰다.

안소니가 아주 천천히 말했다.

“내일부터 휴가를 쓰겠습니다.”

꿀벌이 안소니 앞에서 붕붕거렸다.

구름이가 통역했다.

“반려됐대요.”

안소니가 나를 봤다.

나도 안소니를 봤다.

“나는 결재 안 했어.”

“알고 있습니다.”

“꿀벌한테 말해.”

안소니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벌을 향해 말했다.

“……고문님.”

나는 쓰러졌다.

구름이는 벽을 잡았다.

꿀벌은 날아갔다.

왕국은 평화로웠다.

안소니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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