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무대 긴 폭염 끝, 벚나무 잎은 모두 길 위에 눕고 강변 갈대 사이 억새꽃이 은빛으로 흔들린다. 맑은 햇살이 뭉게구름을 솜으로 타 놓아 파란 하늘이 가을로 선명하다. 물결이 물고기 비늘처럼 잔잔히 뒤척이고 자전거를 세워 숨 고를 때 공터 무대는 배고픈 들개의 배처럼 텅 비어 있다. 공연은 긴 기다림 끝에서야 허기를 채우리라. 빈 탁자만 덩그러니 놓인 술집 같은 빈 무대 앞에 서서 나는 지나간 공연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