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무대

by초이르바

긴 폭염 끝,

벚나무 잎은 모두 길 위에 눕고

강변 갈대 사이 억새꽃이 은빛으로 흔들린다.

맑은 햇살이 뭉게구름을 솜으로 타 놓아

파란 하늘이 가을로 선명하다.

물결이 물고기 비늘처럼 잔잔히 뒤척이고

자전거를 세워 숨 고를 때

공터 무대는 배고픈 들개의 배처럼

텅 비어 있다.

공연은 긴 기다림 끝에서야

허기를 채우리라.

빈 탁자만 덩그러니 놓인 술집 같은

빈 무대 앞에 서서

나는

지나간 공연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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