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영업 뒤에 숨겨진 것들
기업의 경영회의에 참석하다 보면 약속이나 한 듯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매출을 늘려야 한다", "영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세 문장을 당위적인 진리로 받아들인다.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 매출이 늘고, 매출이 늘어나면 회사가 성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성장 전략을 논의할 때 영업 인력을 늘리고, 광고비를 쏟아붓고,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는 눈앞의 활동에 집중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과연 기존 사업을 성장시킨다는 것이 정말 영업을 강화하는 것과 같은 의미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영업은 분명 좋은 제품을 더 많은 고객에게 알리고 시장을 개척하는 전방 부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영업력만으로는 사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만약 영업이 성장의 전부라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영업사원을 보유한 기업이 항상 가장 높은 수익을 내야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많은 기업이 매출은 늘어나는데 이익은 줄어드는 역설을 경험하곤 한다. 가격을 깎아주고 판촉을 확대해 겉보기엔 고객을 확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수익성이 악화되고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는 골병을 앓는다. 반면 광고나 적극적인 영업을 거의 하지 않는데도 고객들이 줄을 서서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기업도 존재한다. 결국 성장의 진정한 출발점은 외형적인 영업이 아니라, 내실을 통한 경쟁우위 확보가 관건이다.
이러한 경쟁우위는 크게 두 가지 축에서 나온다. 하나는 경쟁사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원가 경쟁력이고, 다른 하나는 고객이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할 만큼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모두는 생산, 품질, 물류, 고객서비스(CS) 등 기업의 기초체력이라 할 수 있는 '운영 탁월성'이라는 단단한 바닥 위에서만 피어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이러한 부서들을 돈만 쓰는 비용 조직으로 치부하곤 하지만, 실제로 고객이 기업을 온전히 경험하고 평가하는 결정적 순간은 바로 이 운영의 과정에서 발생한다. 마케팅 메시지에 이끌려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을 주문했더라도 배송이 하염없이 늦고 제품이 파손되어 온다면 고객은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반면 쿠팡의 로켓배송이나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처럼 정교한 물류망을 통해 정확한 배송과 안정적인 품질을 제공한다면 고객은 자연스럽게 기업을 신뢰하고 재구매를 선택하게 된다. 결국 운영 탁월성은 단순히 비용을 쥐어짜는 마른 수건 짜기가 아니라, 재구매를 부르는 가장 강력한 원천인 고객의 신뢰를 창조하는 활동이다.
물론 튼튼한 내실을 다지는 것만으로 사업이 저절로 성장할 수는 없기에, 그다음으로는 성장의 외연을 확장하는 '영업 커버리지'의 전략적 확대가 필요하다. 기존에 수도권 중심이던 유통망을 전국이나 해외 시장으로 넓히는 물리적 확장은 물론, 오프라인 중심의 기업이 자사몰, 네이버, 쿠팡, 아마존 등 디지털 채널로 진입하는 다각화가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많은 기업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의 본질도 결국은 고객과 만나는 디지털 접점을 촘촘하게 넓히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접점만 넓힌다고 해서 성장이 지속되지는 않는다. 머지않아 경쟁사 역시 동일한 채널에 진입할 것이고, 매대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을 때 고객은 왜 굳이 이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지 다시 질문하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최종 답변이 바로 브랜드다. 브랜드의 본질은 화려한 광고나 디자인이 아니라 고객의 기억 속에 축적된 신뢰의 총합이다. 구매 전 가졌던 기대감이 반복적으로 충족되면서 형성된 강력한 브랜드는, 고객이 동일한 성능이라면 더 신뢰하는 쪽을 선택하게 만들고 조금 더 비싸더라도 기꺼이 지갑을 열게 함으로써 소모적인 가격 경쟁이라는 늪에서 걸어 나올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기존 사업을 성장시키는 또 다른 영리한 방법은 새로운 고객을 찾아 헤매는 대신, 이미 확보한 고객 한 명이 지출하는 금액인 '고객 생애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대형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가 만약 아메리카노만 파는 데 그쳤다면 지금 같은 글로벌 공룡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은 샌드위치나 디저트 같은 푸드 라인업을 강화하고 매 시즌 텀블러를 팔며, 심지어 모바일 앱 기반의 선불 충전금 시스템을 통해 고객 한 명이 매장에서 쓰고 나가는 객단가 자체를 혁신적으로 높였다. 은행이 예금 고객에게 대출을 제안하고 대출 고객에게 펀드나 보험 상품을 소개하는 이유도 완전히 새로운 고객을 데려오는 비용보다 기존 고객에게 추가적인 가치를 제안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거래의 문법을 바꾸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도 훌륭한 돌파구가 된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를 패키지로 한 번 판매하고 끝냈던 어도비나 마이크로소프트가 매달 이용료를 받는 구독 모델로 전환해 매년 역대 최고 매출을 경신하고 있는 것처럼, 파는 방식을 바꾸면 성장의 한계선도 함께 움직이게 된다.
마지막으로 많은 경영자가 놓치고 있는 성장의 열쇠는 다름 아닌 가격 전략이다. 매출 방정식은 판매량에 가격을 곱한 아주 단순한 구조를 가진다. 우리는 늘 판매량을 늘리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지만, 고객이 인식하는 가치에 맞게 가격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 또한 엄청난 성장 동력이 된다.
대표적으로 기본형 제품 옆에 고스펙의 프리미엄 라인업을 배치하는 방식이나, 제품 자체의 가격은 낮추되 고품질의 사후 관리 서비스나 옵션을 세분화하여 가격을 차별화하는 전략은 동일한 고객 기반 위에서도 회사의 수익성을 드라마틱하게 끌어올릴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
결론적으로 기존 사업을 성장시킨다는 것은 마케터와 영업사원을 독촉해 단순히 영업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운영 탁월성을 통해 고객의 단단한 신뢰를 확보하고, 영업 커버리지를 넓혀 시장 접근성을 높이며, 브랜드를 통해 대체 불가능한 차별성을 만들고, 고객당 가치와 비즈니스 모델, 가격 전략을 끊임없이 혁신해 나가는 유기적인 종합 예술이다.
좋은 기업은 단순히 박리다매로 많이 팔아서 외형만 키우는 기업이 아니다. 많이 팔수록 구조적으로 더 많은 이익이 남고, 그 남은 이익을 다시 시스템에 투자해 고객에게 더 압도적인 가치를 제공하며, 그 결과 고객이 알아서 다시 찾아와 더 많이 팔리는 '선순환의 바퀴'를 돌리는 기업인 것이다.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의 진정한 본질은 숫자로 찍히는 당장의 매출 확대가 아니라, 바로 이 무너지지 않는 운영 탁월성의 선순환 구조를 설계하고 굴리는 데 있다.
투자자 관점의 질문
투자자는 "성장"보다 성장의 질(Quality of Growth)을 본다.
1. 현재 매출 성장은 영업 확대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경쟁우위 강화에 의한 것인가?
2. 매출이 20% 증가하면 EBITDA도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하는 사업 구조인가?
3. 이 회사의 경쟁우위는 원가우위인가, 차별화인가, 아니면 단순한 시장 성장의 수혜인가?
4. 성장이 멈추더라도 이익을 유지할 수 있는 운영 탁월성을 갖추고 있는가?
5. 현재 성장의 원동력은 일회성인가, 재현 가능한 시스템인가?
경영자 관점의 질문
경영자는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1. 우리 회사는 매출 확대를 이야기할 때 영업만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은가?
2. 현재 시장점유율 확대를 가로막는 가장 큰 제약은 영업력 부족인가, 제품 경쟁력 부족인가, 운영 역량 부족인가?
3. 고객이 우리를 선택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는 무엇인가?
4. 품질, 원가, 납기, 브랜드 중 어느 요소가 경쟁우위의 핵심인가?
5. 기존 고객으로부터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Cross-selling, Up-selling 기회는 무엇인가?
팀장(영업, 생산, 품질, 마케팅) 관점의 질문
팀장은 전략을 실행으로 연결해야 한다.
1. 우리 팀의 업무는 매출 확대와 이익 창출 중 어느 쪽에 더 기여하고 있는가?
2. 고객 불만, 품질 문제, 납기 문제 중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3. 우리 팀이 수행하는 업무 중 고객가치 창출에 직접 연결되지 않는 활동은 무엇인가?
4. 현재 고객이 우리 제품을 재구매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5. 내년 매출 목표가 동일하다면 더 적은 자원으로 달성할 방법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