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1. 온 우주는 변화이고, 인생은 의견이다.
"합격했습니다."
이 짧은 문장은 누군가에게는 환희를, 누군가에게는 안도를, 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고민을 안긴다. 반대로 불합격 통보는 낙담과 좌절로 다가오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한 해방감을 주기도 한다. 우리는 왜 이 결과에 이토록 흔들리는 걸까? 그리고 정말 합격이 성공이고 불합격이 실패인 걸까?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사건이 당신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당신의 의견이 괴롭힌다”라고 말했다. 합격과 불합격은 본질적으로 우리의 통제 밖에 있다. 심사위원의 기준, 경쟁자의 수준, 그날의 운까지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노예 신분이었던 에픽테토스조차 통제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며 내면의 자유를 지켜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타인의 평가에 우리의 가치를 온전히 맡기는가?
합격은 새로운 선택의 기로로 우리를 데려간다.
잡을 것인가, 놓을 것인가. 그 길이 과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일까?
불합격은 또 다른 불안을 데려온다. 내 노력이 부족했던 걸까? 나는 충분하지 않은 사람일까?
하지만 두 경우 모두, 우리를 흔드는 것은 결과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해석’이다.
불합격은 때로 축복이 되기도 한다.
더 적합한 누군가가 선택되었을 수도 있고, 나를 잘못된 길에서 구해준 신호일 수도 있다. 슬롯의 기준은 완벽하지 않다. 때로는 잘못된 방향으로 선택하고, 부족한 사람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선택에 내 가치를 종속시킬 이유가 있을까?
세네카는 “시간은 가장 귀중한 자산”이라고 했다. 불합격은 어쩌면 잘못된 곳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막아주는 방패일지 모른다. 더 큰 짐을 내려놓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로 나아갈 기회를 준 것일 수도 있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훨씬 더 빠르게 자신만의 길을 찾게 된다.
최근 퇴사 당일, 마지막으로 대표와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미래는 알 수 없는데, 그런 순간마다 어떻게 해왔느냐”는 질문에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예전에는 붙잡아두고 통제하려고 애썼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이 아이와 같은 생각이라고 느낍니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흐름에 맡길 수밖에 없어요. 자연스럽게 맡기고, 때론 놓아주며 당겨야 합니다. 이전엔 생각으로 통제하려 애쓰며 틀 안에 삶을 가두었지만, 매번 계획대로 될 수는 없더군요.”
세네카의 말처럼,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무리한 계획은 결국 부서지거나 끊어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한 뒤, 결과를 자연의 흐름에 맡기는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반복하는 생각이 삶을 만든다”라고 했다.
합격과 불합격에 집착하기보다, 과정에서의 성장과 배움에 집중하는 태도야말로 우리 삶을 만든다.
그는 또 “상실은 변화일 뿐이며, 변화는 자연의 기쁨이다”라고 썼다.
합격도, 불합격도 모두 변화의 다른 얼굴일 뿐이다. 우주는 끊임없이 해체와 재구성을 반복한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서 그 변화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
타로의 세계(World) 카드는 이 철학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그것은 단순한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여정의 완결이자 동시에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입구다.
월계관은 승리의 상징임과 동시에 다음 차원으로 이어지는 문이다.
끝은 곧 시작이며, 완성은 새로운 출발점이다.
봄은 우리를 새롭게 한다. 이 시점에 사소한 합격 문자로 정신을 흩트리는 것보다, 벚꽃을 즐기며 떡볶이를 먹는 게 더 이치에 맞지 않을까? 스토아 철학자들이 가르친 것은 결국 이것이다. 자연에 맞게 살고, 통제할 수 없는 것에 흔들리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
합격과 불합격은 선도 악도 아닌 ‘중립적 사건’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태도로 다음을 준비하느냐다. 에픽테토스가 말했듯, "어떤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고, 어떤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다." 달려 있지 않은 것에 매달리지 말고,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태도, 노력, 성장—에 집중하자.
그리고 때로는 그저 흐름에 맡기는 용기를 내자. 무리하게 붙잡으면 끊어진다. 자연스럽게 놓아주고 당길 때, 인생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준다.
"온 우주는 변화이고, 인생은 의견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