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나는 왜 인터뷰 중에 90도로 허리 굽혔는가

1강. 말로 살고 싶었습니다

by봄아범


당신의 소리를 녹음한 적이 있으십니까. 다시 들으면 낯선 누군가의 소리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나의 말을 나의 귀에 다시 담는 일은 자주 있지 않으니까요. 저는 타인이 듣는 제 목소리에 익숙한 편입니다.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모니터’를 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습니다. 프로그램을 듣고 장단점을 분석하는 일. 청취자의 문자에 영혼 없는 인사만 하지 않았는지. 톤이 너무 떠 있지는 않았는지. ‘자!’, ‘좋아요!’가 너무 많지는 않았는지. 오늘의 나를 점검한 것을 토대로 내일의 방송을 준비했습니다. 매일 밥이 잘 지어지는 건 아니듯이, 소리가 경쾌한 날과 처지는 날이 반복되었습니다. 밥이 쉬어서 악취가 나면 밥솥을 여는 것조차 두려워지죠. 저는 5년 전 인터뷰를 차마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2021년 7월의 저와 출연자의 목소리를 다시 들었습니다. 인터뷰에서 저는 붕 떠 있다가, 웃었다가, 어쩔 줄을 몰라했다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가라앉았습니다. 그사이에 재생되는 출연자의 단호함에 더 듣지 못하고 멈춤 버튼을 눌렀습니다.


나 이거. 이 방송. 안 할래요.
그래서 제가 안 한다고 말했잖아요!


그날. 방음이 되는 무거운 스튜디오의 문이 열리고, 출연자가 나가버렸습니다. 황급히 그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프로듀서도 콘솔에서 벗어나 그의 앞에 섰습니다. 일말의 고민 없이 그의 앞에서 요추 4번과 5번, 천추 1번을 굽혔습니다. 출연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인터뷰를 계속해 주셨으면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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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꿨던 소년. 2012년부터 종교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진행, 제작하는 남자. 2023년부터 가족과의 기록을 남기는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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